반복되는 장애인 ‘가족 살해’의 비극

김미연(초등 특수교사)

또다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세 아들을 안고 아파트 21층에서 뛰어내렸다. 두 사람 모두 숨을 거뒀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도 60대 여성이 중증 장애가 있는 30대 자녀에게 수면제를 과다 복용케 해 살해하는 일이 있었다. 자신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수면제가 부족해 살아남았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녀를 계속 돌보기가 어렵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런 비극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두 달 전에도 수원과 시흥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부모가 살해하는 일이 있었는데, 한부모 가정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 가난한 가족에게 떠넘겨진 돌봄의 무게가 ‘가족 살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사람들을 떠미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은 발달장애인 가정에 더 큰 재앙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었던 각종 시설이 휴관하고, 돌봄 사업이 축소·중단됐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20.5퍼센트가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코로나19 기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 조사〉, 국가인권위). 지원이 꼭 필요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 비극들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타살’인 죽음들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된 발달·중증 장애인 참사 분향소ⓒ이미진

턱없이 부족한 국가 지원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투쟁으로 2014년에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2018년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 있는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예컨대 성인 발달장애인의 낮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서비스’는 하루 2시간에서 최대 5.5시간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필수 지원인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이 대폭 차감된다(2022년 3월 기준 최소 22시간에서 최대 56시간).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위해 꼭 필요해 “장애인의 생존권”이라 불리는 ‘활동지원서비스’에는 다른 문제도 많다. 2019년에 도입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는 복지 이용자의 필요가 아니라 예산의 총량에 맞춰 설계됐다. 이 때문에 기존에 받던 서비스 시간이 대폭 삭감되거나 일부 장애인의 경우엔 수급 자격이 아예 박탈됐다. 이것도 3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는 전국에 8개밖에 없어 서비스 이용이 매우 어렵다. 2020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여기서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석 달 이상, 최대 1년 2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개선 의지 없는 윤석열 정부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국정과제에서 발표한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장애인 일자리와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두루뭉술한 말만 있을 뿐이다. 발달장애인과 가족 556명이 삭발까지 하면서 요구한 ‘발달장애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 구체적 요구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예산이 확충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효성이 없는데,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들의 예산 확충 요구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5월 26일 죽음으로 내몰린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 설치를 폭력적으로 막기까지 했다.

국가 지원을 대폭 늘려라

2018년에 벌어진 ‘장애인 자녀 살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오롯이 피고인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할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법률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보호와 지원을 위한 각종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사건 기록상 발달장애인인 피해자와 그 가족인 피고인이 위 규정에 따른 충분한 보호나 지원을 받았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단지 선언적인 것에 그치지 아니함은 명백하다.”

이처럼 장애인 돌봄은 개별 가족에 내맡겨질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지배계급은 노동력으로서 쓸모가 없는 집단(노인·장애인·중증 환자 등)에 투자할 열의가 거의 없다. 그래서 기업 지원이나 군비 지출과 달리, 보건이나 돌봄 복지를 늘리는 일에 매우 인색하다.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벌이지는 ‘가족 살해’ 비극을 끝내려면, 이런 이윤 논리를 거슬러야 한다.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국가가 지원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고 막대한 군비를 삭감해 필요한 복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비극을 끝낼 수 있다.

국가의 책임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을 요구하는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 노동자연대 419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