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권 보호 종합 방안은 학생 통제, 학부모 민원 처리로 교사를 계속 고통스럽게 만들 것

강동훈

8월 23일 교육부가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터져나온 집회가 매주 계속되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새로운 게 거의 없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 교사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교사의 생활지도 사례를 담은 고시 발표,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조치 제도화, 학교 민원 대응팀 구성 등. 교사들은 부족한 대책에 반발해 왔지만 개선된 게 없는 것이다.

8월 23일 교육부의 ‘교권 회복·보호 강화 종합방안’ 발표ⓒ출처 교육부

물론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수사가 시작될 때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은 교사들의 스트레스를 조금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 대책은 교육 환경 개선에 별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사들을 계속해서 갈등과 분란에 빠트릴 공산이 큰 방안들이다.

예를 들어, 교장 직속으로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의 민원 대응팀을 구성해 민원을 처리한다는 방안은 그대로 들어갔다. 교사와 공무원·공무직들이 많은 우려를 표했음에도 말이다.

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학교장이나 민원 대응팀이 상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결국은 행정실을 거쳐 교사에게 민원이 전달되는 것에 그칠 것이다.

오히려 업무 처리 과정에서 교사와 다른 공무원, 공무직 사이에 업무 분담을 둘러싼 갈등만 커질 수 있다. 이미 공무원과 공무직 노조들은 교사의 민원 업무까지 떠맡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해, 정부도 민원 대응팀을 2학기에는 시범 실시한 뒤 내년에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담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시행을 미룬다고 한들 개선책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정부는 법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을 규정하고, 악성 민원 학부모에게 특별교육과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교육과 과태료 부과 위협으로 악성 민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법으로 ‘악성’ 민원과 정당한 생활지도 등을 명시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사안에서 그것이 정말 ‘악성’ 민원인지, ‘정당한’ 생활지도권인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아무리 법을 만들고 제도를 도입해도 교사들이 학부모의 민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악성 민원이라는 것도 민원 처리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어떤 게 악성 민원인지 골라 내는 것은 가능치 않다. 결국 교사들의 부담을 얼마간이라도 줄이는 길은 교사와 행정 인력 등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는 학생인권조례 수정과 교권 침해 생활기록부 기재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교사들이 학내 갈등만 키운다며 반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도, 교육 재정과 교원 인력 확충도 모두 외면하던 정부가 몇 가지 법을 개정하는 것은 진정으로 교사들의 고통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재정을 늘리지 않고 또다시 교사 개개인이 알아서 학생을 통제하고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통제를 하려 할수록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갈등과 분란만 커질 것이다.

갈등만 키우는 생활지도 고시안

정부는 생활지도 고시안(이하 고시안)을 통해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구체화돼 부담 없이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학내 갈등을 키울 문제투성이 방안이다.

예를 들어, 고시안은 긴급한 경우 교사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물리적 제지가 체벌인지를 놓고 논란과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방안도 학생을 낙인 찍는 효과만 내고 교육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일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물론 급박한 상황에서는 학생을 분리하고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효과를 거두려면 분리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학생과 상담할 인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상담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더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담 인력 충원 방안이나 별도 공간을 위한 예산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칙에 따라 핸드폰 등을 압수할 수 있다는 규정도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억압적 교육 환경으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다시 강화하며 엄벌주의로 대처하는 것은 학생의 반발심을 키우고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만 키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전제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인력 확충 등 정부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은 정당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매우 미흡한 대책만을 내놓고 제대로 시행도 하지 않자 많은 교사는 주말 집회 이상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지금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에 재량 휴업, 연가, 병가 등의 방식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월 4일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교사가 8월 24일 기준으로 이미 7만 명을 넘었다. 전체 50만 교사의 14퍼센트가 넘는 숫자다. 328개 학교는 9월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교사의 파업이 불법인 한국에서 정부의 탄압을 무릅쓰고라도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교사가 이처럼 많은 것은 교사들의 불만과 저항 의지가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교사들의 단체행동이 예고되자 교육부는 불법이라며 엄정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9월 4일에 연가나 병가를 낸 교사들, 그리고 재량 휴업을 결정한 교장들은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위협도 나오고 있다. 보수 교육감인 임태희 경기교육감도 “수업을 멈추는 건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9월 4일 교사들의 행동 계획을 비난하고 나섰다.

지금껏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 학교 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교사의 고통을 가중시켜 온 정부와 교육 당국이 또다시 별 볼 일 없는 대책이나 내놓으며 교사들에게 참고 있으라고 하니 교사들은 울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반면, 진보 교육감들은 9월 4일 재량 휴업 추진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9월 4일에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교육감들은 지금껏 학내의 다양한 갈등을 방임하고,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 온 책임이 있다. 서이초 교사 죽음 후에도 교육감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한 실효성 있는 인력·재정 지원 방안을 내놓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조희연 교육감은 8월 19일 집회 때 연단에 올랐다가 교사들의 거센 항의와 야유를 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 교육감들의 이런 발표는 9월 4일 행동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많은 교사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9월 4일이 다가올수록 ‘공교육 멈춤의 날’을 비난하는 정부와 우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정부의 징계 위협도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단 하루뿐일지라도 단체행동으로 힘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정부와 교육 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도록 만들기는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9월 4일 행동에 더 많은 교사가 참가해야 한다.


  • 노동자연대 471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