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노동개혁 공세를 저지해야 한다.

박근혜는 입만 열면 ‘노동개혁’을 강조해 왔다. “노동개혁 안 하면 사랑이 없어진다”는 둥 헛소리까지 하는 지경이다. 박근혜가 자나깨나 경제 걱정을 하듯 한국 자본주의의가 처한 상황이 위태롭다. 지난 10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8퍼센트나 줄었다. 이는 2009년 이래 가 장 큰 폭의 하락이다.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갚지 못하는 소위 ‘좀비 기업’이 2009년 2.4퍼센트에서 2014년 15.2퍼센트로 크게 늘었고,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2009년 6퍼센트대에서, 2014년 4.23퍼센트까지 줄어들었다.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유가 하락, 미국 금리 인상 등이 한국 기업들을 점점 더 궁지에 몰고 있다.

이런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고 자본가들을 구하려는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그런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박근혜가 그토록 강조한 ‘경제활성화-노동개혁’ 관련 핵심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아 심사가 뒤틀렸을 것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 시기가 다소 늦춰졌지만 정부·여당의 연내 처리 입장과 의지는 변함 없다. 박근혜의 채찍질에 정부·여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 다음 날인 10일부터 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연일 새정치연합에 “법안 합의 처리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려고 국가탄압도 강화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살인 진압 이후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소속 단체 대표자 소환,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 구속과 체포 영장 남발 등 탄압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조계사 침탈도 수차례 시도하며 한상균 위원장 체포에 열을 올렸고, 결국 한상균 위원장이 자진 퇴거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1차 민중총궐기를 빌미로 민주노총 지도부를 ‘소요죄’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노동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인 민주노총의 목을 조이겠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 때문에 박근혜의 히스테리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시위대를 “ISIS 테러리스트”로 비난하면서 ‘복면금지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의 진정한 목적은 ‘테러 방지’가 아니라 정치적 반대자들과 이주민들을 ‘내부의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의 신경질적인 탄압에도 12월 5일 집회에 수만 명이 참가했다. 그중 상당수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었다. 노동자들이 정부 탄압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줬다.

새정치연합을 믿어서는 안 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노동개혁’으로 향할 문을 열어 줬다. 새누리당의 압박을 받아서만이 아니다. 그 당 자신이 ‘반기업’ 정당이 돼서는 안된다고 굳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새정치연합도 (비주류일지라도) 자본가들에 기반을 둔 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12월 2일 새벽,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의 밀실 야합을 통해 총선용 예산과 쟁점 법안들의 “합의 처리”를 맞바꿨다. 대부분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악법들이다. 우선 학교 앞 호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과 의료 영리화의 물꼬를
트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전격 통과됐다.

게다가 본격적인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를 불러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해 주는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도 정기국회 내 합의 처리키로 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국민 삶 파괴 촉진법’으로 규정하고 한사코 반대해 온 것들이다. 비록 정기 국회에서 통과되진 않았지만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것은 새정치연합이 “노동개혁 5대 법안도 즉시 논의를 시작하고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여당과 약속했다는 것이다. 12월 1일 새정치연합 당 대표 문재인이 민주노총 상급 간부들을 만나 약속한 ‘노동개혁 5대 입법 저지’는 하루를 못 갔다.

‘노동개혁’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태도는 전혀 믿을 게 못 된다. 11월 23일 국회 환노위는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근로기준법 개악안(노동시간 연장, 통상임금 축소)에 대한 입법 심사를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은 기간제법과 파견법만 논의할 수 없다는 식이지, ‘노동개혁’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은 결코 아니다.(‘노동개혁’도 공무원연금 개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 모
델로 추진하자는 게 문재인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새정치연합 환노위 소속 의원들조차 지도부가 합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이 여당의 5대 법안 일괄 타결 요구에 분리 처리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은 보건·의료분야만 제외하자는 입장이다.)

합의 처리하려는 쟁점 법안들에는 ‘노동개혁’ 관련 법 외에도 테러방지법도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권은 ‘파리 참사’에 대한 대중의 충격과 슬픔을 이용해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은 반대하지만 테러방지법 그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선거용 예산으로 3조 5천억 원이나 바꿔 치운 예산 협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은 한 푼도 반영하지 못했다.

IMF 이후 비정규직 확대와 정리해고를 도입한 원조 정당인데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이나 테러방지법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논의됐던 것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의 배신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세월호특별법이나 공무원연금 개악에서 보았듯이 박근혜를 정치적 위기에서 구해 준 것도 새정치연합이다.

새정치연합이 종종 새누리당에 맞서는 모양새를 취하긴 하나, 근본적으로 기업주들을 위한 친자본주의 정당이다. 문재인은 새정치연합이 “반(反)기업적 집단처럼 비치”면 안 된다고 했다. 새누리당에 비해 자본가 계급 기반이 약하고 종종 새누리당과 각을 세우고 경쟁하지만, 자본가 정당이라는 성격 때문에 노-자 대립에서는 흔히 자본가 계급을 지지
한다.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투쟁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11월 말 돌연 (12월 3일~9일 정기국회를 겨냥해 일정을 맞춰놓은) 총파업 계획을 철회한 것은 실수였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자마자, 11월 30일 새정치연합은 전격 한중 FTA 비준에 합의하고 12월 2일 야합을 벌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새정치연합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 달 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해 놓고는 11월 20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노동개혁’ 법안이 상정됐는데도 민주노총 중집은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기국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2월 3~9일 총파업 계획도 취소해 버렸다. 정기국회 기간의 투쟁은 국회 앞 농성과 여야항의 방문 등으로 대폭 축소했다.(12월 1일 문재인 대표와의 면담에서 ‘노동개혁 법안 저지’ 약속을 듣고는 당일 노숙 농성도 취소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의 공세를 막아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 투쟁이 대단히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이 실제 법안 처리 야합을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노동자들이 독립적으로 투쟁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10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는 ‘노동개혁을 위한 임시국회’다. 정부·여당은 개원하자마자 5개 노동법 개악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개악안의 일부를 완화시키려는 시늉을 할 수는 있어도, 합의 처리를 약속했기 때문에 절충안을 마련해 개악에 협조할 수 있다. 이미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12월 16일 새정치연합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최고위원 전병헌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에 대해 “부작용만 해소되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자 문재인도 여기에 동조했다.

따라서 저들의 야합을 막으려면,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법 논의가 재개될 때 즉각 총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새정치연합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은 직후인 12월 4일 중집을 열어 12월 16일 하루 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하루 경고파업으로 개악을 막을 수 없다. 정부·여당이 노동개혁 입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경고’가 아니라 실질적 ‘저지’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 논의가 시작되면 민주노총은 즉시 총파업에 돌입해, 그것이 철회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총파업으로 힘을 보여야, 저들의 개악 시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전교조도 ‘노동개혁’ 공세 저지 투쟁에 적극 동참하자.


*”벌떡교사들” 3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