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악과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혁”을 저지하자

9월 13일 한국노총 지도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현대판 노예법”, “노동 대참사”로 불리는 이번 개악안에 대한 노사정위 야합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퇴직 전 임금 삭감으로 ‘공짜’ 노동을 강요받는 임금피크제는 물론, ‘맘대로 해고’의 알리바이가 될 저성과자 개별 해고 허용, 비정규직 사용 기간과 범위 확대로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번 합의를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에 견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둘은 ‘임금덤핑’, ‘시간제 노동 폭증’ 등 독일과 네덜란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 것으로 악명 높다.

정부와 여당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배신을 명분 삼아 공격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박근혜는 “노동개혁 관련 5대 입법[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독촉했다.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9월 16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실업수당 대상자 축소’, ‘기간제·파견근로 확대’ 등 노사정 합의문에 없는 내용까지 포함시킨 노동관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9월 23일 총파업과 그 이후

한국노총 지도부의 배신으로 박근혜 정부가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공격을 밀어붙이게 됐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형세를 뒤집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잠재력을 지닌 민주노총의 투쟁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발표 직후 이를 ‘합의’가 아니라 ‘야합’으로 규정하고 지도부 삭발식, 전국 동시다발 규탄 집회 등을 열어 항의했다. 9월 19일 서울에서 7천 명 규모로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9월 17일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500명이 결의대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열린 긴급 중집은 9월 23일 ‘전 조합원 서울 상경 하루 총파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현대차 노동자들은 파업 찬반투표 가결로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날 대표자회의에 참석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복무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기층에서 되도록 많은 조합원들이 9.23 파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

물론 9.23 하루 파업으로 지배자들이 “노동개혁”을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배자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후속 투쟁 계획이 배치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11월 투쟁을 말한다. 어차피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가이드라인으로 당장 추진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속수무책이다. 또, 국회 대응에 치중하면서 투쟁을 부차화시킬 위험이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에서도 봤듯이, 국회 논의기구는 “일방적”이지 않은 모양새를 띨 뿐,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기는 매한가지다.

게다가 국회 대응에 치중하면 새정치연합과의 공조에 매달리게 되기 쉽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노동개혁”이 ‘토끼몰이식’이라며 일방성은 비판하지만, 그 내용을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과 노동자에게 ‘일방적’ 고통분담”을 문제 삼을 뿐 고통분담 그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총파업에 돌입한다 해서 노동시장 개악을 모두 막아낼 수 있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속전속결에 제동을 걸면서 좀 덜 불리한 조건에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쟁이 정권의 정치 위기와 맞물리면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신자유주의적 교육 공세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 당장 교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 지도부가 배신적으로 타협하자, 기업주 언론들은 즉시 교사·공무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의 구체 일정을 제시하고,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공무원은 솎아내는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하라.]”(<조선일보> 9월 16일자)“최근 노동개혁 논의 속에서도 교사들은 제외돼 있다. 정년보장에 은퇴하면 두둑한 연금까지 받는데도 임금피크제는 무풍지대다. 정부는 정확한 교원평가를 바탕으로 ‘저(低)성과 교사’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전직(轉職)이든, 면직이든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동아일보> 9월 17일자)

이렇듯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신자유주의적교육 공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실로, 정부는 성과급-교원평가를 악화시켜 교사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

교육재정을 삭감하고 교원을 구조조정하려 한다. 정부는 올해 지방교육재정 예산을 1조 5천억 원이나 삭감하고 누리과정 예산 2조 원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 청년 일자리를 증대하겠다며 시간제 교사 5백 명을 신규채용 및 확대하겠다고 한다. 교부금 지급 기준을 학생 수로 바꿔 강원·전남·경북은 초등학교의 절반이 폐교 위기에 처했다.

교육과정 개정과 국정화를 통해 시장주의와 국가주의를 찬양하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 한다.

물론 정부 공격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반발이 거세자 초등학교 한자병기와 안전 교과 신설은 늦추거나 포기했다. 한국사 국정화 반대 여론도 거세다. 9월 17일 현직 교사 1만 5천7백여 명이 한국사 국정화 반대 성명을 냈다. 전국 14곳(울산·대구·경북 제외) 시도교육감들도 공동으로 ‘정부의 2015 교육과정 개정 중단’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즉각중단’을 촉구했다. 서울대·고려대·덕성여대·부산대 교수들이 국정화 반대 선언을 했다.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법외노조 공격도 신자유주의적 교육 공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조합원들을 위축시켜 전교조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8월 28일 전교조 대의원대회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 하반기에도 투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활동가 연가 투쟁도 결정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연가 투쟁에 반대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특히 4.24 연가투쟁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생각이 큰 듯했다.

몹시 쓰리지만,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은 패배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연가 투쟁 해도 소용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민주노총 4.24 파업과 전교조의 연가 투쟁 그리고 공무원노조 총회를 발판으로 투쟁을 더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 이경훈 집행부가 파업을 비난하고 결정적으로 공무원노조 이충재 전 집행부가 배신적 타협을 한 것이 진정한 패인이었다.

그럼에도 전교조의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입장과 연가 투쟁은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고무했고, 마침내 배신한 이충재 전 위원장을 쫓아냈다. 배신한 지도자는 그 자리를 지킬 수 없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다음 투쟁을 준비하는 데서 아주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논쟁 끝에 대의원들 다수는 하반기 연가 투쟁을 지지했다. 상반기에 가장 전투적으로 투쟁했던 노동조합 중 하나인 전교조에서 연가 투쟁안이 폐기됐다면 많은 노동자들에게 쓰라린 후퇴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활동가 연가 투쟁 결정은 정치적으로 소중한 의미가 있다.

8월 28일 대의원대회는 많은 대의원들이 지도부보다 왼쪽에 있다는 점도 보여 줬다. 지도부가 ‘활동가’ 수준으로 연가 투쟁 참가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대해 전조합원으로 확대하자는 수정안이 제출됐다. 과반에 5표가 부족해 아쉽게 부결됐다. 지도부가 중집 내 연가 투쟁 반대 의견과의 논쟁을 의식하느라 대의원들의 투쟁성을 충분히 읽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장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투쟁을 호소하면 응할 태세가 돼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기층에서 9.23 파업 동참을 최대한 조직하면서, 이를 “노동개혁” 공격과 신자유주의적 교육 공격에 반대하는 다음 투쟁으로 연결시키는 활동들 을 시작해야 한다.


벌떡교사들 3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