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교사모임 성명] 전경원 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부쳐 ‘국가 기구 진출 전략’이 낳은 문제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최근 전경원 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이 열린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강민정) 보좌관으로 이직한 것을 두고 전교조 대의원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본부 임원이 임기를 다 마치지도 않고 사퇴한 것을 비판하며 전국대의원 62명이 “엄중 징계”와 “공개 사과”를 촉구한 것이다.

연서명에 동참한 대의원들의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사실상 그 일부다.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정부와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격이 예상되는 시기에 전교조 본부 임원직을 사퇴하고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행을 선택한 것은 부적절했다.

전경원 전 소장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와 ‘교육 관련 입법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물론,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으로서 국가 권력의 집행기구들(예를 들어, 교사들의 사용자인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다. 게다가 강민정 의원은 전교조 지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고, 여러 교육 쟁점들에서 개혁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 초선이고 중책을 맡은 것이 아니어서 진보적인 입법을 위해 그가 민주당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민정 의원이 속한 정당의 계급적 기반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열린민주당에는 친여 엘리트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지난 3년간 거듭 교육 개혁을 배신했다. 대표적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존 해고자 34명 외에도 문재인 정권 하에서만 11명이 추가로 직위해제 됐다. 정부와 여당은 불과 얼마 전 교섭창구 단일화와 정치기본권 제약 등 독소조항이 담긴 교원노조법 개악안을 통과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만회한다면서 교육재정을 대폭 깎기도 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과 구별되는 점이 있지만 해고와 임금삭감 등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는 친자본가 정당이라는 점에서는 도긴개긴이다.

이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전교조 본부 임원이 간 것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계급의식을 흐리고 나쁜 선례를 남기기 때문이다. 정부와 독립적이어야 할 운동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해악적이다.

일각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옹호한다. 그러나 일반 조합원일 때와 달리 선출직·임명직 등 집행부 임원일 때는 책임이 뒤따른다.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앞세워 대의원들의 정당한 문제의식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본부 임원 ‘개인’의 선택이 미칠 악영향을 비판하는 것이 먼저다.(징계 요구의 과도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후순위다.)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고는 하나) 전경원 전 소장의 선택이 미칠 파장을 안일하게 판단하고 사퇴 수리 후 사실상 용인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것

이번에 전경원 전 소장의 사안에 문제를 제기한 전교조 활동가들은 문제제기에 그치지 말고, 이를 계기로 그간 전교조 내 개혁주의 전략 전반에 대해서 돌아보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교조 활동가 사이에서는 교육청, 교육부, 의회 등에 진출해 교육 개혁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전경원 전 소장의 문제도 이런 흐름의 일부일 것이다.

특히 전교조 출신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이런 경향이 강화됐다. 교육감을 지키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적잖은 활동가들은 교육감 보좌관, 파견장학사뿐 아니라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등 자본주의 국가기구로 진출해 왔다. 이렇게 진출한 활동가들도 결국 전교조를 달래고 관리하는 교육청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됐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에게는 전교조 활동이 ‘스펙’을 쌓아 교장이 되거나 교육청으로 들어가는 초고속 승진 코스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와 노동자의 계급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느슨해지는 효과를 냈다. 노동 조합 활동에서도 교육청·교육부 등을 상대로 비판하고 투쟁하는 게 무뎌졌다. 자연히 기층 조합원들의 대중투쟁도 부차화됐다. 교육청·교육부 등 사용자에 맞선 투쟁보다 협상과 교섭 테이블에 앉아 몇몇 개혁적 조처들을 얻어 내는 것이나 개혁입법 활동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은 현재 본부 집행권을 잡고 있는 경향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교조 내에서 좌파로 알려진 경향들도 자신의 활동가들이 국가기구로 진출할 때 원칙적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삼가 왔다.

전경원 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의 거취 문제가 단지 특정 개인에 대한 비판과 징계 논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전교조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느슨해진 것, 즉 국가 기구에 들어가 개혁을 추진하는 운동 방식에 대한 논의로 확대돼야 한다.

 

2020년 7월 3일

노동자연대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