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발달을 돕는 돌봄교실을 위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아래 글은 전교조 전국초등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초등돌봄 현황과 과제-학교돌봄에 관한 내부토론회»(2020.07.10.)에서 발표한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1. 문재인표 아동 돌봄 정책

1) 온종일 돌봄 특별법

지난 5월 20대 국회 막바지에 갑자기 교육부가 발의했다가 중단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나 6월 10일 민주당이 발의한 온종일 돌봄 특별법이나 모두 아동 돌봄을 교육부 소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더욱 중요해진 아동 돌봄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교육부 소관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법이 없을 때도 아동 돌봄은 (‘초등 돌봄 교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맡아 상당수 학교 안에서 제공돼 왔다. 그런데 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정부는 돌봄이 교육부 소관임을 명시하려 할까?

물론 정부는 코로나 긴급돌봄의 사태를 보면서 아동 돌봄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봄교실의 법제화가 곧 돌봄교실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특별법에 돌봄에 대한 재정 투자나 환경 개선,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번 특별법의 진정한 목적은 돌봄 업무의 일부를 정규 교사에게 떠넘기고, 현재 돌봄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과 처우를 더 악화시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정책을 내놓고, 2022년까지 돌봄 서비스를 학교에서 10만 명, 마을에서 10만 명 확대하여 총 53만명의 아동에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층 및 맞벌이 부부 가정의 자녀 정도를 돌봄 수요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최소한의 돌봄 확대에 필요한 돌봄 노동자마저 이전 정부처럼 시간제로 채용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돌봄 업무의 일부를 초등 정규 교사에게 전가하려 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초등 저학년(1~4학년) 하교 시간을 연장(오후 3시까지)해 온종일 돌봄(저녁 7시까지) 중 일부를 교사들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돌봄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며 교사들에게 돌봄의 책임을 떠넘기려 해 왔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추경 예산 확보를 명분으로 각 부처의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교육 예산은 2조 원가량 깎였고,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 예산도 400억 원 넘게 줄였다. 공공부문에서는 내년 예산 10퍼센트 삭감을 위해 공무원, 교사 등 각종 노동자 임금을 깎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으로 지급하는 연가보상비를 삭감하겠다고 한다. 학교에서 안그래도 연차 사용이 쉽지 않은 교육공무직들에게는 이 수당이 그나마의 임금 보전이었기 때문에 이는 실질적 임금 삭감이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로 양질의 돌봄이 더욱 중요해졌는데도, 교육 등 공공부문 예산을 오히려 줄이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보건대,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돌봄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정부의 예산 삭감 정책은 강화될 것이다.

이번 특별법의 내용을 살펴봐도 돌봄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독소조항들이 많다.

우선, 특별법은 교육부와 지자체가 온종일 돌봄을 총괄 운영한다고 규정하지만, 정작 돌봄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사항은 조례로 떠넘겼다.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돌봄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온종일 돌봄을 운영하는 지원센터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게 해 뒀다는 점이다. 보호자가 온종일 돌봄의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기초수급자, 한부모, 맞벌이, 다자녀 가족 등을 온종일 돌봄의 우선 대상자로 설정해, 전업주부 등의 가정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돌봄 노동을 전담하는 주체가 교사인지, 돌봄전담사인지 분명치 않아 노동자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게 만들 소지도 충분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돌봄을 교육부 소관으로 분명하게 규정하는 법이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협상해 돌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할 여지가 생기고, 돌봄교실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의 개악적 요소가 분명한 만큼 이런 법에 맞서 싸우는 것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더 유리할 것이다.

핵심은 어느 부처 소관이냐가 아닌, 정부가 얼마나 돌봄교실에 대한 재정 투자를 하고,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하느냐에 있다.

2) 코로나19 긴급돌봄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긴급돌봄의 현실은 그동안 정부가 돌봄교실을 운영했던 방식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을 연기했던 지난 3월부터 원격수업이 주를 이루는 지금까지 정부는 긴급돌봄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은 개인에게 맡겨둔 채, 이윤을 위한 일터는 계속 돌아갔다. 무급휴가나 해고 압박을 받으며 위험을 감수한 채 일터로 가야 하는 노동자들은 자녀를 학교 긴급돌봄에 맡겨야 했다.

그러나 노동계급 가정의 비빌 언덕이었던 긴급돌봄 운영은 명확한 방침이나 지원도 없이 그냥 학교에 ‘던져졌다’. 그러다 보니, 학교 내 노동자간 갈등만 커졌다.

기존에 초등돌봄교실을 맡아왔던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근무 시간 변경을 강요받아 반발했다. 시간제 형태의 전담사는 초등돌봄교실 전담사의 80%가 넘는다. 시간제 전담사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하고, 돌봄교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며 투쟁해왔다.(서울 초등돌봄교실 4시간제 전담사들은 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226일간의 서울교육청 앞 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개선은 1도 없이, 긴급돌봄에서 또다시 시간제로서 탄력적 근무를 강요받고, 긴급돌봄을 맡아야 했다.

이런 시간제라는 제약은 돌봄 시간의 공백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 공백을 일부 정규 교사들이 떠맡는 형태로 때워져 교사들의 불만이 높았다. 특히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면서 교사들이 수업 준비 및 관리를 주요하게 해야 하는데도 긴급돌봄에 교사들을 투입한다는 교육 당국 방침 때문에 교사들의 반발이 컸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어 오전 긴급돌봄 일부가 원격 수업 지원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 역할을 정규 교사가 돌아가며 맡거나 방과후강사 등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되기도 했다.

이렇듯 긴급돌봄을 위한 인력이나 교실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아 실제로 긴급돌봄의 환경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가 불가능했다.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대도시에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돌봄교실을 합반하는 경우가 생겨나면서 밀집도가 높아진 것이다. 일반 교실 수업도 개인별 1m 간격을 갖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돌봄교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4월 즈음에 그나마 돌봄전담사들이 항의하여 현장에서 15명 정도(당시 안전하기로는 한 공간에 10명 정도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있었음)로 분반하였으나, 부분 등교로 인해 긴급돌봄 뿐만 아니라 기존 돌봄 대상자들까지 돌봄교실을 이용하게 되면서, 코로나 전보다 돌봄교실 밀집도가 더 커지는 곳도 있었다.

긴급돌봄 기간 중에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돌봄교실은 안전용품, 방역물품 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심지어 서울에서는 돌봄전담사들이 학교와 교육청, 심지어 지자체까지 직접 문의하고 항의하여 겨우 교실 소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어려워 돌봄전담사들이 자가 소독을 하느라 공짜 초과근무도 빈번하게 했다.

긴급돌봄이 기존 돌봄교실에 신청하지 않았던 아동까지 확대하여 받으며,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마치 돌봄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문재인정부가 2018년 내놓았던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정책 내용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초등 전학년으로 확대하면서 대기자 없이 원하는 아동을 다 수용하고, 저녁돌봄까지 시간도 확대하겠다는 애초 문재인정부의 계획이었다. 사실 저녁돌봄까지 확대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항상 정부의 돌봄 정책은 말만 번지르르할 뿐이다. 현실은 대부분의 돌봄교실은 저학년 위주로 오후 5시 정도에는 문을 닫는 편이다. 왜일까? 바로 말은 ‘온종일’이지만 시간제 및 초단시간제 노동자들이 돌봄교실을 주되게 운영하기 때문에, 실제 돌봄교실 운영 시간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투자가 최소한이기 때문에 돌봄 서비스는 누더기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시간 연장이 되어 8시간 전일제 전담사들이 돌봄교실을 운영해왔다면 이번 긴급돌봄으로 인한 혼란과 교사들의 어려움이 이토록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시기를 적절히 활용해 바로 자신의 온종일 돌봄체계를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학교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그 불만은 학교 노동자들간 갈등으로 돌리며 말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돌봄교실 운영을 학교에 강제하고,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학교 돌봄교실을 법제화 하려고 했던 것이다!

2. 초등돌봄교실의 도입부터 현재까지

앞서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 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이는 단지 교사, 돌봄전담사들만 걸린 문제가 아니다. 최종적이고 궁극적으로는 아동, 그것도 대다수 노동계급의 자녀에게 제공될 돌봄이라는 점을 보아야 한다.

1) 공적 돌봄 확대의 필요성

아동(18세 미만)에 대한 ‘돌봄’은 아동이 건강과 적절한 생활수준을 지원받고, 기본적인 보호 속에서 전면적 인간발달을 도모하도록 돕는 행위를 뜻한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는 기본적인 생활습관, 학습관을 형성하고, 지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교육과 보육(돌봄)을 완전하게 분리하기 어렵다.(오범호, 2009)

때문에 돌봄을 가정에만 맡겨둔다면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으로 생애 초기의 교육과 경험의 차이가 발생하고 성장 환경에 따라 아동발달의 차이도 발생할 것이다. 특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계급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적 지원이 없다면 방치되거나 열악한 돌봄을 받기 쉽다. 이렇듯 돌봄의 계급 차이를 막기 위해서도 공적 영역에서 돌봄을 담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대다수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공적 돌봄이 필요하며, 이는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것이므로 마땅히 국가와 자본가들이 비용을 대며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초등돌봄교실’의 이름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온 공적 돌봄은 오롯이 이런 근본적 목적 하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출발에 있어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컸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생산인구 급감을 우려하여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려고 한다. 2014년 대대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확대했던 박근혜 정부의 경우 ‘고용률 70%’를 목표로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 “일과 가정이 양립”이라는 구호를 들고 여성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강요했다. 또한 정부와 자본가들도 고학력 여성이 늘면서 이들의 경력단절이 사회적 낭비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정부로서도 이런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확대가, 미래의 노동력 재생산 위기를 부르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최소의 비용으로 아동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돌봄 공간 조건과 기존 인력이 갖추어진 ‘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초등돌봄교실은 이렇게 학교에 정착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정책을 발표하면서 돌봄 대상과 시간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돌봄 확대에 쓰일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돌봄의 질을 결정하는 돌봄전담사를 시간제로 확대해왔다. 시간제 전담사의 시간 공백을 정규 교사나 초단시간 알바로 떼우려 한다. 전국적으로 초등돌봄교실에 8시간 전일제 전담사가 18%에 불과하다. 이런 점 때문에 온종일 돌봄을 시간별 누더기로 만들어 아동 돌봄의 안전과 질을 떨어트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여성에게 ‘일과 양육의 병행’을 강요하며, 여성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고,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로 몰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공적 돌봄의 확대는 노동계급의 대중적 요구이기도 하다. 여성의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고, 성평등한 사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아동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전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2017년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조사 결과는 95.7%가 만족 이상이고, 서울시 교육청 조사 결과도 96%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그만큼 공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대중적 요구를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돌봄의 궁극적 기능은 ‘가정’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벌이, 한부모, 저소득층 가정과 같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양육이 어려운 가정에게만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가족 중심의 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물론 가정의 양육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계급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필요는 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은 아동 돌봄의 질과도 연관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정’에 노동계급 재생산 즉 양육 기능을 부과했기 때문에 그것을 즉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 돌봄 기능을 숙명적으로 가정이 맡아야 한다는 관념은 여성이 양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압력이 된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의 양육 비용을 부모가 대고 있는 현실에서 가정 돌봄을 강조하는 것은 복지에 대한 국가와 자본가의 책임을 은폐시킨다. 이는 보편적 복지 요구와 여성해방과 성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적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할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일이므로 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는 마땅히 국가가 제공해야 하고, 그 비용 또한 국가와 자본가가 지불하는 방향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노동계급에게 필요한 공적 돌봄이 충분히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돌봄 로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동자들이 밀집한 대도시는 돌봄 대기자가 넘친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대부분의 학교가 오후 5시까지만 하니 이후에 ‘학원 뺑뺑이’를 도는 학생들도 많다. 정부가 발표한 공적 돌봄 이용률을 보면 영유아는 68.3%가 공적 돌봄을 이용하지만, 초등학생은 12.5%만 이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초등학생 시기의 가정 돌봄 때문에 25~29세에 69.6%까지 올라갔던 여성고용율이 초등학생을 키울 35~39세에는 58.1%까지 떨어진다고 한다.(김혜진, 2018)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발표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의 돌봄교실 양적 확대 계획에 우리가 반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온종일 돌봄교실 확대를 위해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다는 점이다.

2) 돌봄교실 현장의 문제와 그 원인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동의 전면적 발달을 위한 돌봄은 성인들의 협력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돌봄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은 교사와 돌봄전담사 사이, 전담제와 시간제 전담사간 갈등을 불렀다. 그러면서 결국 돌봄교실 거취 문제를 쟁점화시키고, 정부의 돌봄교실 투자의 최소화가 진정한 문제의 원인임을 가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의 문제점과 그 원인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돌봄 운영 구조로 인한 갈등

실제 돌봄교실 운영은 전담사가, 이를 계획하고 관리하는(심지어 돌봄의 공백도 채움) 권한과 책임이 정규직 교사에게, 위계관계 속에서 업무분장이 명확치 않다. 단순 개인간 갈등이 아니라,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을 쥐어짜는 구조로써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것처럼 본질을 왜곡하여 노동자들을 단결하지 못하게 한다.

전일제 전담사와 시간제 전담사이의 근무시간 불일치로 전일제 전담사가 통합반 운영 및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갈등의 소지가 된다. 또는 서울처럼 전일제 전담사에게 돌봄 전반의 행정업무와 운영 권한을 주면서 시간제를 관리하게 하여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팀장제는 무산됐지만 서울은 전일제 전담사만 행정업무수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상 행정업무는 각 반의 담임들인 시간제전담사들이 도와주어야 하므로 전일제 혼자 하기 어려운 구조다)

돌봄전담사들의 휴가를 보장해줄 대체 인력이 마련되지 않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또한 돌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상황에 따라 시간제를 이리 갖다 붙이고, 저리 갖다 붙이면서 근무 시간 변경을 강요하여 갈등이 증폭된다.

모두 개인 간 문제로 비추어지지만, 사실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이다.

■ 돌봄전담사의 80% 이상이 시간제라서 나타나는 문제

① 시간제 전담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 시간제도 돌봄교실의 각 반을 맡는 담임교사나 마찬가지라 각종 준비, 행정업무는 존재하는데, 지원이 열악하고, 시간도 부족하다. 시간제 전담사의 초과근무는 평균적으로 주1~3회 이상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되는 학교는 많지 않아, 시간제 전담사들의 공짜 초과근무가 빈번하다. 교육청이 암암리에 시간 연장의 근거가 될 것을 우려해 매우 제한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 시간제란 제약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여 정규직교사, 전일제 전담사들에게 업무 전가된다.

– 돌봄노동의 전문성 인정받지 못한다. 전일제든 시간제든 보육교사2급 이상의 자격과 유치원교사 등의 돌봄 경력을 조건으로 고용하면서도 자격수당도 없다.

– 사실상 휴게시간 갖기가 불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4시간에 30분 휴게시간이 부여했으나 사실상 4시간 30분동안 일하게 됐다. 그래서 아예 4시간 근무시간 내 휴게 시간을 없앴다.

– 시간제 전담사들은 제대로 된 최소한의 돌봄교실 운영 적정시간이 6시간 이상이라는 의견 70.9%(이중 8시간 전일제화 28.9%)을 가지고 있다.

– 휴가 쓰는 것도 눈치 보인다. 2013년부터 연차, 병가 보장이 되지만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시간제라는 이유로 급식비, 각종 수당을 비롯한 급여도 시간비례다.(예컨대, 교통비도 전일제의 반토막이었다.(최근 투쟁으로 개선됨) 출퇴근 시간이 시간제라고 반밖에 안걸릴까?) 또한 시간적 제약으로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학교 안에서 비정규직 중에 비정규직으로 큰 차별을 받고 있다.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② 돌봄의 질 저하

–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대부분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은 아동을 이 교실, 저 교실 떠돌게 만든다. 방학 중에는 3~4명의 노동자가 아동의 돌봄을 담당하게 된다. 때문에 이런 구조는 아동의 안전을 위협한다. 충남 공주의 한 돌봄교실에서 시간제 전담사의 공백이었던 특기적성 프로그램 수업 시간에 한 아이가 어묵을 간식으로 먹다 기도가 막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 시간제 전담사 교실에 속한 아동은 다른 교실로 합반을 강요받게 된다. 자신과 정서적 관계를 맺어온 돌봄전담사가 부재하고, 안정적인 돌봄 공간을 보장받지 못한 시간제 전담사 반의 아동은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을 느끼게 한다.

– 이런 열악한 처지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지 못해 결국 아동은 돌봄 부족을 느껴 학원 뺑뺑이를 해야 한다.

■ 겸용교실 등 돌봄 환경의 문제

– 겸용교실: 초등 정규교육과정의 질을 낮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초등돌봄교실이 대거 확대되면서 유휴교실은 돌봄교실로 전환되었고, 그도 부족해서 음악실, 미술실 등등 특별실을 초등돌봄교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 현장에서는 초등학교 시기에 가장 필요한 예체능 수업에 어려움이 생겼다. 초등교육과정 운영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 겸용교실: 돌봄의 질도 하락, 돌봄교실 아동도 스트레스

아이들도 돌봄교실에 생활 영역으로서 연속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연계형 돌봄’ 은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재정적 지원 없이, 그저 방과후학교와 연계해서 돌봄의 시간을 보내고, 남는 시간에는 비어있는 교실에서 잠시 모여 머무르다 가는 형태다. 결국 연계형 돌봄의 교실 확보는 대도시 학교에서는 어려워 대부분 겸용교실을 이용한다. 자원봉사・교육기부 등 다양한 전담인력(보육교사 자격증 따지지 않음)이 확보되지 않으면, 교사들도 관리를 맡을 수 있다. 돌봄교실이 초등학생들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을 도모하고 개인 활동을 관리하며 간식 및 휴식 등을 통해 가정과 같은 편안함을 누려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단순 수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하다.

– 교육 조건 악화를 이용

문재인 정부는 애초 공약과 달리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로 교육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 수를 감소시키며 학교를 더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학급수도 감소시켜 남는 교실을 돌봄교실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발달을 위한 돌봄교실의 공간 확보는 교육 조건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실만 확보된다고 해서 돌봄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돌봄교실은 아동에게는 방과후의 또다른 ‘가정’이자 ‘보금자리’라는 측면에서 실내외에 아동의 활동과 휴식을 돕는 편안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돌봄이 정규교육과정 속에도 있는 만큼, 정규교육과정에서 쓰는 교실은 그 교실대로 온전히 쓸 수 있어야 하고, 방과후의 돌봄을 위한 공간도 독립적이고 온전한 돌봄교실만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대, 대규모 돌봄의 위험

『2020초등돌봄교실 길라잡이』에는 단일학급 내 인원은 20명 내외로 나와 있다. 그러나 지역별 편차가 있고, 보통 대도시에서는 여건에 따라 25명까지도 한 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의 경우 2018년 기준 전담사당 40명이 넘는 아동을 수용하는 등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2019년 대구 돌봄전담사들은 교실당 20명 이내, 1전담사 1교실 배치, 1일 8시간 근무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 시대에 교실당 25명 학생수 기준은 상당히 미흡하다. 더구나 긴급돌봄이라는 추가적 돌봄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그에 따른 교실도 확보하여 아동이 감염병 시대에 안전한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대규모 돌봄교실 운영은 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돌봄교실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고, 기존 시간제 전담사를 전일제화 함과 동시에 전일제 돌봄전담사 고용을 늘리는 투자도 절실하다. 또한 아동의 돌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보건과 급식이다. 이를 초등학교의 자원으로 때우지 말고, 별도의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출처: 대구교육청

■ 한 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는 다른 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로..

경기도 교육청 등 특정 지역에서는 시간제의 돌봄 공백을 정규직 교사가 지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규직 교사들은 수업 외의 업무 처리 수업 준비 시간을 잃어버리고 굉장히 피로에 찌들며, 정규교육과정의(특히 저학년) 질을 떨어트게 된다. 겸용교실의 문제까지 더해져 교사들에게 돌봄은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할 악의 축으로 생각하게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8년까지 전체 돌봄전담사 중 44%를 초단시간제(2시간 50분 미만)로, 전일제는 11%만 고용하는 한편, 돌봄 관리 및 책임 업무를 정규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맡겨왔다. 그런데 돌봄전담사들이 시간 연장 투쟁을 해왔고, 전교조 또한 이를 문제 삼자, 2019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은 교사에게 인센티브와 행정 업무 일부를 거두는 대신 초단시간제 전담사를 4시간제로 시간 연장시켰다.(사실상 4시간제로는 돌봄교실 운영이 어려우며, 교사들의 책임 소재 또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돌봄전담사들의 열악한 상황은 고스란히 정규 교사의 노동조건 악화로 직결된다.

■ 요컨대, 정규직 교사가 돌봄교실 업무와 안전 전반을 관리하게 만든 방식은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주는 한편, 국가가 교사와 돌봄전담사 모두를 쥐어짜면서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또한 돌봄교실의 열악한 환경 조건은 정규교육과정을 준비 관리하는 측면과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 모두에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즉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돌봄전담사들이 전일제화•정규직화로 고용 및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정규직 교사들이 돌봄교실에 대한 관리와 책임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학교 안의 노동자들은 같은 요구를 하며 함께 싸울 수 있다.

3. 무엇을 요구하며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1)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 질 높은 돌봄은 질 높은 교육을 만든다.

학교는 돌봄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며 ‘수업’만을 하는 공간이니, 돌봄교실은 학교 밖으로 나가라는 주장은 교육적 관점에서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동의 전면적 인간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면 수업만을 교육으로 보는 협소한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교육적 요소이고, 아동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방과 후 저녁까지의 일상을 보내야 할 환경은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교실에서 아동들과 살아보면, 방과 후 돌봄을 충분히 제대로 받은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사이에는 정서적 안정, 관계 맺기, 의사소통능력 발달 면에서 차이가 현저히 드러남을 교사 누구나 알 수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가 늘고, 성역할의 변화가 일어나는 현시점에서 과거처럼 가정의 사적 복지에만 기대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국가가 보편적 복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학교에 교육복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교육복지사, 상담사, 돌봄전담사 등의 역할은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모든 학교에 매우 필요한 시스템이다. 다만 이런 추가된 역할만큼 인력과 재정 투자도 충분히 지원되어야 한다.

물론 국가가 제공할 돌봄서비스가 꼭 학교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꼭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형태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필연적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일찍이 돌봄을 국가가 제공하기 시작한 사회에서도 그 형태는 다양하다.

그러나 초등돌봄교실의 시작이 매우 열악한 조건이었더라도, 아동이 학교 수업에 잘 적응하기 위한 지원을 가정 대신 하려고 노력해 왔다. 노동자가 다수인 지역일수록 돌봄교실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중등 못지않게 아동의 학교 부적응, 정서 불안정이 교육 활동 및 학교생활에서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데, 이미 구축된 돌봄교실을 활용함으로써 아동의 방과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돕고, 학교 적응 및 정서적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교사들은 방과 후 돌봄교실까지 맡기에는 그 책임이 과중하고, 일과 중의 교육마저도 준비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 모든 불만의 핵심이므로, 그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할 점은 돌봄전담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정규직 교사의 노동조건 악화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돌봄 노동자와 정규직 교사가 협력적 관계를 가지고 상생하며,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편안하고, 행복한 돌봄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가 돌봄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초등돌봄교실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돌봄전담사들이 돌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무기계약직, 시간제, 민간위탁 등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고용된 돌봄전담사들이 온전한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새로 뽑을 돌봄전담사들도 온전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현재 돌봄전담사들이 사회적 지지 여론 등을 고려해 전일제 무기계약직과 처우 개선 정도만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아동이 받을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동시에 돌봄전담사들이 전일제, 정규직화 되어야, 정규직 교사들이 돌봄교실에 대한 관리와 책임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겸용교실 문제를 해결하고, 돌봄교실 1개당(돌봄전담사 1명당) 수용 가능한 아동 수를 대폭 낮춤으로써 대규모 돌봄을 피하면서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여, 돌봄교실 시설과 전일제 돌봄전담사도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

현재는 초등돌봄교실의 식사 및 간식 비용을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좋기로는 국가가 돌봄서비스를 보편적 복지로서 무상 제공함으로써 돌봄의 체계를 잡아가는 것이다. 돌봄은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것이므로, 이에 필요한 재원은 수익자가 부담하기보다는 당연히 부유층과 기업주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충당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노동계급이 다수인 학부모와 그 자녀, 돌봄 노동자, 초등 교사 모두가 합의될 수 있는 방안이다.

■ 장기적인 돌봄교실의 방향

사실 학교 노동자들 사이에서 돌봄교실을 주관하는 부처와 기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오랜 논쟁이 있어왔다.

초등돌봄교실이 학교에서 운영된지 15년이 넘어섰다. 2004년 도입 초기 초등돌봄교실 수용 인원이 8천명이었던 것이 현재 24만명으로 확대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 정책은 여기서 10만명을 더 학교에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아동이 오랫동안 초등돌봄교실을 통해 방과후 활동을 해오고 있고, 이를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 해 아동을 돌보아 왔던 돌봄전담사들이 존재하는 학교의 현실상, 돌봄교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요구는 과해 보인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충분치는 않지만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학교 안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다. 학교 돌봄을 지자체로 내보내야 한다며 예산을 줄이겠다는 이재정교육감의 말은 일부 교사들에게 당장은 그럴사해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현재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는 아동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이므로 교육적으로도 이를 반길 수는 없다.

또한 우리가 교육부/ 여가부/ 보건복지부 이렇게 부처의 예산을 따지며 한정된 자원으로 교육복지의 우선순위를 짜야 한다는 전제를 하게 되면, 이런 논리로 꼭 필요한 교육 분야의 예산들도 삭감되기 마련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빌미로 공공부문 예산 삭감하고 있다. 경제위기 시기에 정부와 사용자들의 양보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강력한 투쟁이 아니면 얻어내기 힘들다. 따라서 잘 짜여진 우선순위나 합리적 대안이 그들의 재정 지원을 자동으로 부를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초등돌봄교실 못지 않게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기관도 개선할 점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기관의 아동 수용 정도는 9만명이다. 대부분이 지역아동센터에 의한 것으로 지역아동센터는 지자체 직영이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돌봄 위탁시설로 재정적 지원이 미흡하고, 돌봄 종사자들의 임금과 고용이 매우 열악하여 이직률이 높다. 지역아동센터의 돌봄서비스는 학교에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는 안정성과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학교 밖 지자체로 돌봄교실을 이관하는 것에 외주 용역, 파견의 근로 형태로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번 특별법안을 보더라도 온종일 돌봄 정책을 저비용으로 구현하고자 민간위탁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물론 서울과 같이 지자체가 마을돌봄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서울의 중구청은 교육청과 2019년부터 3년간 구 직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한다는 업무협약식을 맺고, 현재 5개 학교의 초등돌봄교실을 인수하여 시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구청의 2022년 이후 돌봄교실에 대한 재정 지원은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인 중구청의 경우를 다른 지역들이 따라할 만큼, 보편적인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가 학교보다 돌봄의 질이 더 높을 거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학교의 초등돌봄교실이든, 지자체의 마을돌봄이든 이 공적 돌봄에 국가가 재정을 얼마나 투자하냐이다. 이것이 공적 돌봄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2) 전교조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전교조는 열악한 돌봄교실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문재인정부의 온종일 돌봄의 본질적 문제인 저비용 투자, 시간제 확대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동시간 연장, 돌봄교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투쟁은, 정규 교사들이 돌봄 업무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하며, 겸용교실이 아닌 제대로 된 돌봄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학교 정규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라는 교사들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사실 초등돌봄교실도 처음부터 고용과 재정적 지원이(비록 최소일지라도) 안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의 상시업무를 맡고 있었음에도, 민간위탁 형태로 고용하는 지역도 있었고, 2017년 광주교육감은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화 과정에서 공개경쟁 채용을 해야 한다며 전담사 집단해고를 강행했다. 경기의 경우 돌봄전담사들의 임금 유형이 학교마다, 시기마다 달라 수백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돌봄전담사들은 꾸준히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그에 따라 부족하지만 전담사들의 조건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돌봄교실 질도 나아지고 있다. 때문에 돌봄전담사들에게 학교 밖으로 나가라는 요구는 이들이 쌓아온 투쟁의 성과를 뒤집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좋기로는 전교조가 정규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교사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에 지지·연대하며 정규 교사들의 요구와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이번 특별법안에 대한 전담사들의 기대와 긍정적인 태도는 문제가 있다. 이는 지자체 이관설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교육부 소관 법제화에 대한 환상이 큰 탓이다. 때문에 그들의 시간 연장 요구나 돌봄교실 환경 개선 등의 요구에 우리가 지지를 보내면서,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의 진정한 의도를 알리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교사들의 요구와 돌봄전담사들의 요구, 그리고 학부모의 요구, 궁극적으로는 아동의 전면적 인간발달을 추구하며 돌봄의 질을 높인다는 목적을 고려할 때, 초등돌봄교실의 이상적 모델은 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처럼 독립적이면서도(초등 교사들과 권한과 책임 면에서 명확히 분리된 구조), 학교 교육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아동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돌봄교실 아동에게 별도의 급식과 보건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돌봄전담사들이 전일제화, 정규직화 되면서 확대 고용이 되고, 돌봄 전용시설환경을 구축하도록 정부가 돌봄교실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런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은, 경제위기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부와의 협력이 아닌, 문재인 정부에 독립적으로 맞서는 학교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달려 있다. 더이상 아무런 지원도 없이 학교 노동자들에게 돌봄을 떠맡기지 못하도록, 아동이 돌봄다운 돌봄을 제공받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더이상 정부의 이간질에 혼란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