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전교조 서울지부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서울지부의 2021년 사업계획 중 학교업무정상화 하위 항목으로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과 대응 방안으로 “학교돌봄터 확대 요구”가 제시됐다.
학교돌봄터는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체계 중 하나로 이른바 지자체-학교 협력 모델이다. 돌봄서비스 제공은 지자체가, 학교는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2021년 9월부터 전국 1500실, 3만 명의 학생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확립을 말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위한 재정 투입은 하지 않으려 한다.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의 우수 모델로 언급되는 서울 중구청의 사례는 지자체가 시범 사업으로 예산을 투입한 것이라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 토론회에서 오산시의 지자체 직영 돌봄센터 담당자는 중구청 사례를 두고 “모델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부의 지자체 이관의 구체적인 계획이라 볼 수 있는 학교돌봄터는 돌봄의 공공성 보장을 위해 지자체 직영을 권장하면서도 위탁 운영이 가능하게 해 뒀다.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 돌봄의 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라는 입장을 결정했다.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는 돌봄노동자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을 요구하는 현장 교사들의 불만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도입된 초등돌봄교실은 교사들의 기피 업무 중 하나이다. 돌봄 수요의 확대에 따른 시설 마련도 되지 않아 겸용교실(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돌봄교실로 이용)이 계속 늘었다. 결국 교사들이 돌봄서비스의 지자체 이관을 바라는 것은, 돌봄교실이 학교에 있는 한 교육 당국은 교사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사에게 돌봄행정업무가 부과되지 않도록 한다는 요구는 분명히 했지만, 겸용교실 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정부의 학교돌봄터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학교돌봄터가 지자체-학교 협력 모델이므로 돌봄서비스 지자체 이관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를 한 것이고, 현실의 문제를 무시한 것이다.
서울지부 대의원인 나는 학교돌봄터 사업의 문제를 폭로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요구가 필요하며, 오히려 돌봄노동자들과 함께 재정투자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대의원들이 나의 주장에 찬성을 보내, 결국 학교돌봄터 확대 요구는 삭제되고 ‘겸용교실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를 포함하기로 했다.
서울지부 요구에 여전히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모델 확대(중구청 운영 모델 등)라는 요구는 남아 있지만, 지자체 이관이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 아님을 설득하는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돌봄 정책을 비판하고, 학교 노동자들이 단결해 투쟁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