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과 유치장 투쟁 경험

지난 9월 23일 나는 생애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아 낮밤이 구별되지 않고, 밤새 돌아가는 환기장치 소리에 깊은 잠을 잘 수 없는 곳이었다. 제대로 씻지 못한 채 2박 3일을 구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보냈다.

함께 연행된 조합원은 고향집에 혼자 있을 어린 아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우리를 잡아 가둔 이유는 “노동개혁”에 항의해 민주노총 9.23 파업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김동만 집행부가 9월 15일 노사정위에서 야합한 뒤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개별 해고, 기간제 연장과 파견 확대 등 “노동 재앙” 예고에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했다. 민주노총은 9월 23일 파업으로 박근혜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한국노총 지도부가 결코 노동자 대중을 대변하지 않음을 보여 줬다.

전교조도 9.23 파업에 복무했다. “노동개혁”은 성과급-교원평가를 악화시켜 교사 통제와 경쟁을 강화하고, 교육재정 삭감으로 교원을 구조조정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 공세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9월 23일 전교조·민주노총 조합원 60여 명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규탄하러 국회에 모였다. 규탄 행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평화롭게 해산하려는 찰나에 경찰이 우리를 에워싸고 마구 연행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 앞에 예닐곱 명의 경찰이 달려들었고 완강히 저항하는 조합원들의 사지를 들어 끌고 갔다. 이날 국회와 광화문 등에서 38명의 전교조 조합원들을 포함해 54명의 노동자들이 연행됐다.

그러나 연행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은 당당했다. 조합원들은 경찰차 유리창 밖으로 손팻말을 펼쳐 보이고 ‘노동시장 구조 개악 반대’를 외쳤다.

나는 처음 연행됐지만 경험 있는 동지들의 조언을 구해 진술을 거부했다. 나는 묵비를 통해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고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유치장 안에서 싸우고 있을 때 즉각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면회를 와 준 동지들이 큰 힘이 됐다.

경찰과 검찰은 연행자들을 48시간을 거의 꽉 채워 내보냈고, 주요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구속영장이 신청했다. 다행히도 모두 기각됐다. 검찰이 연행자들을 기소할 확률이 높으므로 법정 싸움이 남아 있을 것이다.

유치장 안에서 당당히 싸웠듯이 이후 법정 투쟁에서도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의 대의를 당당하게 옹호할 것이다. 당시 같이 연행된 동지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