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개혁 후퇴 유감

전교조 서울지부가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12월 1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조희연 교육감이 ‘전교조 법외노조 본안재판의 2심 결과[1월 21일 예정]를 보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미루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해부터 교섭을 시작해 2백48개 조항에 대한 합의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단체협약 체결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단체협약의 핵심 내용은 교무회의·인사자문위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된 학교 민주화와 방학 근무조 폐지 등 학교업무정상화였다. 특히, 학교업무 정상화는 조희연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항이었지만, 당선한 후 이렇다 할 구체적 실적이 없어 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그런데 6월 4일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단체협약 체결을 지연시켜 왔다. 조희연 교육감은“본인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현재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하고 있다(1심은 당선무효형, 2심은 선고유예, 현재는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둔 상태). 그동안 전교조 서울지부를 포함한 진보진영은 정부와 우파의 공격에 맞서 조희연 교육감을 방어해 왔다. 이 재판이 교육의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을 깨기 위한 공격 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이 진보적 대중의 변화 열망보다 우파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교육개혁은 대체로 불철저하거나 실종돼 버렸다. 단체협약 체결 문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완패
조희연 교육감은 “법외노조 여부가 최종 판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협약 체결이 보수언론과 보수 세력의 공격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점은 정부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정부가 조희연 교육감을 법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진보적 교육 개혁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일반고 전성시대’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보며 불철저하게 대응하다 결국 자사고 폐지 문제에서 완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더구나 11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의 법외노조 가처분 파기 환송심에서 전교조가 승소해 다시 법내노조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을 경우 전교조는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으로서 활동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판결 요지를 밝혔다. 그런데도 조희연 교육감은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해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고, 그 후속 조처로 전교조 전임자 복귀와 직권면직을 요구했을 때 실망스럽게도 이를 받아들인 전력이 있다.
충남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지난 6월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12월 8일 전북교육청이 전교조 전북지부와 단체협약(보충협약) 및 정책업무합의안 조인식을 가졌다. 결국 교육감의 정치적 선택 문제라 볼수 있다.
우파와 정부는 조희연 교육감이 교육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선거법을 통해 발목을 잡았다. 조희연 교육감은 그들이 놓은 덫에 발목잡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월 3일에는 서울지역 학교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강제
연행됐다. 서울교육청이 ‘학교 업무 정상화’를추진하면서 중요한 당사자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자 조희연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것이다.
진보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교육청에 경찰력이 투입돼 농성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행됐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스캔들이다. 일부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의 지시 없이 관료가 독단적으로 경찰에 퇴거 요청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 해도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조희연 교육감이 공개 해명을 하고 해당 관료를 사퇴시켜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이 보수 세력을 의식해 보잘것 없는 부분 개혁에 머무르거나 아예 개혁을 포기한다면 진보교육감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미 일반 학교들은 진보교육감이 들어섰어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아우성이고, 변화를 갈망하던 교사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계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전교조 서울지부의 단체협약 체결 요구를 수용하라.


벌떡교사들 3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