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들이 5시간 수업 강제 지침에 항의하다

“우리가 얼마나 절절한 삶을 살았던지, 가슴 벅차 눈물이 난다.” 김은형 전교조 유치위원장이 한 말이다.

1월 22일, 세종시로 이전한 교육부 앞에 1천여 유치원 교사들이 모여 함성을 질렀다. 거꾸로 가는 박근혜 정부의 유치원 교육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유치원 교사들은 에듀파인, 각종 공문 등 행정 업무에 지쳐 “수업을 제대로 준비하기도 어려워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행정 업무 경감, 인력 충원 등 지원은커녕 전국 모든 유치원 3~5세 아이들에게 60분 기준 5교시 수업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은 40분 기준 4교시 수업을 받는다. 초등학교 1학년보다 유치원 아이의 수업을 더 길게 하라는 비상식이 어디 있는가?

이는 아이들의 연령과 개인별 특성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이고 비교육적인 정책이다. 그래서 “5시간을 공부하라는 건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라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의 발언은 큰 호응을 받았다.

황당하게도 장학사들은 5시간 수업해도 그중 1시간은 놀이시간, 1시간은 점심시간이니 3시간만 수업한다는 말을 늘어놨다. 유치원 교육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탁상공론이다.

유치원 교사들에 따르면 “유치원 수업은 쉬는 시간이 없”다. “유아기 아이들은 제각각 신체 발달이 다르고 그날그날 건강 상태도 달라 40분간 공부하고 20분은 알아서 쉬라고 할 수 없”고 “등원하면서부터 귀가할 때까지”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8시 반도 전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교사들은 8시부터 출근하는 일이 잦고 “만 5세 아이들을 30명이나 돌보아야” 한다.

 

전교조에 집단 가입

한편, 교육과정이 기본 교육과정과 방과후 교육과정으로 나뉘었는데도 방과후 전담 교사는 제대로 배치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경기도 교육청은 그나마 배치된 보조 교사 1495명을 1223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놔 원성을 사고 있다.

게다가 방과후 특성화 활동을 명목으로 유치원도 외부 사교육 업체의 돈벌이 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1일 3~5시간이라는 기준이 모호해 방과후 과정 비용, 사교육비가 증가”하므로 5시간 수업을 강제한다는 교육부의 말은 뻔뻔한 위선일 뿐이다.

철도와 의료 민영화로 기업에 돈벌이 기회를 주고, 4차 투자활성화 계획으로 공교육에 기업 투자의 문을 더욱 넓힌 정부의 방침을 유아 교육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다.

유치원 행정 업무는 늘어 가는데 전담 인력조차 없다 보니 수업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유치원 교사들의 하루가 끝난다. 밤 늦게서야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집회 영상에 나올 때 많은 유치원 교사들은 공감의 탄식을 했다.

요컨대 유치원 교사들은 교육을 교육답게 할 수 없는 정부의 5시간 수업 강요와 좋은 교육을 위해 필수적인 인력 충원 없이 화장실도, 점심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도록 내몰린 상황에 분노하며 떨치고 일어난 것이다.

이날 집회는 전국 8천여 명의 국공립 유치원 교사 중 1천여 명이 모였다. 참석하지 못한 교사들이 아쉬운 마음을 담아 모은 응원비로 버스를 대절하고 간식을 마련했다고 한다. “비조합원들도 집회에 참여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대화도 오갔다.

이런 분노와 지지로 1월 16일 한신대학교에서 열린 성토대회에서는 278명의 유치원 교사가 집단으로 전교조에 가입했고, 지금도 가입을 고려하거나 가입을 설득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한다.


벌떡교사들 1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