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동자 투쟁과 전교조의 과제

2013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단연 철도 파업이었다. 광범한 지지 속에 무려 23일간 파업이 지속됐고, 민영화 반대를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박근혜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가스공사, 인천공항 비정규직, 삼성전자서비스, 삼성홈플러스 등 다른 부문의 투쟁이 승리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전체 노동계급의 사기를 올려놓았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안녕’ 대자보 열풍이 불고 청소년·여성·장애인·성소수자 등 이 사회에서 억눌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터져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을 0%로 만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도 바로 철도 파업이었다.

철도 파업은 전체 노동계급의 분노를 대변한 ‘계급 대리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철도 파업 두어 달 전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10월 18일, 압도 다수의 전교조 조합원들이 총투표에서 시정명령을 거부했다. 이 결정은 노동계급이 박근혜에게 날린 통쾌한 반격의 시작이자 계급 세력 관계를 변화시킨 매우 중요한 고리였다.

무엇보다도, 전체 노동자들의 사기를 고무해 철도 파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철도 노동자들은 전교조 교사들의 시정명령 거부 결정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이것이 자신들의 파업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규약 개정과 거부는 단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춘투

철도 파업과 전교조의 시정명령 거부를 중요하게 언급한 이유는 2014년에도 지속될 경제위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 맞서 누구를 중심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낡은 방식’이라 여긴 조직 노동계급의 투쟁, 특히 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줬고, 강성 우파 박근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영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저항할 때 살 길이 열린다는 교훈을 되새겨 줬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때문에 올해도 박근혜 정부의 공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철도 파업의 파장을 정리할 틈도 없이 당장 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라. 공공부문 구조조정, 통상임금 후퇴 등 임금체계 개편, 시간제 일자리 등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 정책을 확대해 경제 위기에 대한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기 위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지배계급과 우파 전체가 단결해 대선을 치르면서 박근혜를 밀어주고, 박근혜가 초반부터 김기춘, 남재준 등 강경 우익들로 정권의 핵심부를 구축한 것은 이런 공격을 위한 발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와 지배자들이 강한 것만은 아니다. 뼛속 깊이 뿌리박힌 부패 문제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경제 위기와 공약 파기에 대한 대중의 불만도 높다. 경제 악화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따른 딜레마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되살아나고 있는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미 철도 파업의 바통을 이어 받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의료 민영화에 맞선 총파업을 각오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언론들은 벌써부터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맞선 저항과 통상임금 후퇴에 따른 임금·단체협상 갈등이 예고되는 2014년 봄이 ‘최근 10년 새 가장 격렬한 춘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한다. 그야말로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지금 박근혜의 폭주를 막아낼 진정한 동력인 계급투쟁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교조도 이 투쟁에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의 집단 행동 필요성

특히, 의료 민영화 반대, 공공부문 개혁 반대 등의 투쟁에 전교조도 함께 나서야 한다. 의료 민영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요금 인상을 불러올 것이고 이것은 전체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이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도 예외일 수 없다.

노동계급 운동이 성장한다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뿐 아니라 국정 교과서 및 교육 민영화(4차 투자활성화 대책) 시도에 맞선 투쟁이 전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교사들의 광범하고 즉각적인 불만 ― 시간제 교사제, 교원평가·성과급 연계 및 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누리 과정에 따른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조건 악화 등 ― 을 대중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올해 교사들의 임금 인상률은 1.7%에 그쳐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성과급 일할계산과 공무원연금 개악도 실질임금 삭감과 연결돼 있다. 교사들이 더 나은 임금과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교육의 질 향상과 연결된 것이므로 우리가 실천하려는 참교육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러한 투쟁이 성장하는 것은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운동이 탄력을 받고 정부 탄압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투쟁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낱낱으로 흩어진 공간에서의 개별적 직접 행동을 넘어선 노동조합의 집단 행동이 필요하다. 예컨대 교사들의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된 교원 평가는 동료평가 거부, 자기평가서 제출 거부 등 개별 조합원의 직접 행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교원평가 법제화를 시도하고, 교원평가·성과급·근무평정을 하나로 연동시키려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의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연가 투쟁을 비롯한 집단 행동을 통해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소수의 선봉대 투쟁으로는 그 효과를 온전히 낼 수 없으므로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집행부가 조직해야 한다. 그럴 때, 전 사회적 의제를 형성하며 싸워나갈 수 있다.

해고의 칼바람이 부는 시즌이다. 올해도 2000여 명의 영전강을 비롯해 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될 위험에 처해 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연대해야 한다. 전교조는 대체로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잘 실천해 왔다. 그러나 집행부가 영어회화전문강사에 대한 해고를 분명하게 반대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영전강 제도 반대와 그 제도의 희생자인 영전강을 구별하고, 마침내 전교조와 영전강이 단결해 싸울 수 있어야 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가 대중 투쟁을 잘 건설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전투적인 현장 노동자들이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사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 네트워크는 진지하게 투쟁 방법을 고민하는 투사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벌떡교사들 1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