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투자활성화대책 비판, 하다 하다 교육까지 민영화하겠다는 박근혜 정권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하층민인 주인공 여학생은 굴지의 1위 대기업인 제국그룹이 세운 제국고에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다.

값비싼 교복을 살 수 없어 며칠간 교복도 못 입고 다닌다. ‘사회적 배려자 전형 입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들통 나 왕따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반면 그룹 회장 아들은 학교에서도 1인자 행세를 한다. 철저히 계급 사회를 반영한다. 현재의 자율형사립고 같은 특권학교가 ‘계급 대물림’ 수단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박근혜 정권은 제국고 같은 대기업형 학교가 교육 분야에서도 학교법인을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려 한다.(12월 13일, 4차 투자활성화 대책)

경제자유구역 여덟 곳과 제주도의 외국교육기관을 국내학교법인도 세울 수 있게 하고, 특히 제주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영리법인이 결산상의 이익잉여금을 배당할 수 있게 하려 한다. ‘ㅇㅇ학교 주식회사’가 되는 것이다.

학교를 세운 법인이 수익금을 배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조처가 시행되면 캐나다의 브랭섬 홀 아시아 학교(BHA) 등을 설립해 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자회사 ㈜해울은 앞으로 수백억 원의 이익잉여금을 챙겨갈 수 있게 된다.

학교의 돈벌이가 가능해지면 학생들이 내야할 등록금이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 지금도 제주 국제학교 두 곳의 연간 학비가 5천만 원에 이른다. 자사고 같은 특권학교가 영리법인 학교의 돈벌이를 보며 형평성을 이유로 수익금 배당 허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되면 전체 교육비가 크게 오를 수 있다.

해외 유학수요를 흡수한다며 국제학교와 자사고, 특목고, 대학교 등이 방학 중에 운영하는 고액 어학캠프를 허용한 것도 황당하다.

부유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수백만 원의 고액 캠프까지 합법화시켜 준 것이다. 유학보다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지게 할 이런 캠프는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하기는커녕 사실상 해외 유학을 위한 발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권의 이런 계획은 교육 민영화를 본격화하고 교육의 계급화를 발전시킨다. 공교육을 기업들의 수익성 논리에 내맡겨 사학 재단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특권학교가 늘어나는 현 상황을 가속화 할 것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교도 서열화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학교는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소수의 ‘일류 학교’와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이 다니는 다수의 ‘일반 학교들’로 나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이루는 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 계급화는 고착될 수밖에 없다.

 

부자들을 위한 선물

결론적으로 교육에 시장 논리를(그것도 아무런 규제장치 없이) 도입하는 것은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할뿐 아니라 학교 교육에 계급 질서를 뚜렷하게 아로새기는 것을 뜻한다. 이전 정권들이 공통적으로 신자유주의 교육을 추진해 교육의 계급화를 부추겨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계급의 저항과, 높은 고교평준화 찬성률 등이 보여 주는 평등 교육 지지 여론에 밀려 교육의 계급화 진행 속도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교육의 민영화, 계급화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그동안 엘리트 교육을 받기 원한 부유층과 학교라는 새로운 이윤 출처를 발견한 기업이 만나 벌이는 그들만의 파티에 우리 아이들은 더 빨리, 더 깊게 계급 불평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구나 박근혜의 ‘민영화’는 교육 뿐 아니라 의료, 교통, 에너지 등 그나마 평등의 가치가 조금은 남아있던 공공 영역을 다방면으로 침탈하고 있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의료법인에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는 의료 민영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취임 1년째부터 부유층과 자본가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미 철도민영화로 그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상 최장기 파업을 하는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민영화 반대 투쟁의 판이 만들어졌다. 전교조를 비롯해 교육의 평등을 원하는 교육노동자들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중 투쟁 속에서 교육 민영화, 계급화를 막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벌떡교사들 11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