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앞장서서 박근혜를 끌어내자 -전교조 중집, 민주노총 총파업에 연가(조퇴)로 동참키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거대한 행동으로 분출하고 있다. 11월 12일 민중총궐
기에 1백만 명이 참가했다. 서울만이 아니라 미처 상경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
국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요한 특징은 초기부터 조직 노동자들의 동참이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1백만 시위의 선두에도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있었다. 강성 우익 정부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당황
해 하고 있을 때부터 저항의 선두에 서 왔던 노동자들이다. 금속 노동자들, 학생들과 함께 나온 전
교조 교사들, 올 가을 파업 투쟁으로 박근혜 퇴진 투쟁에 징검다리가 된 철도를 포함한 공공 노동자
들, 보건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속도로 불어났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10월 29일 첫 시위에 3만 명(서울)이 참가했다. 일주일 뒤(11월 5일)에는 서울에서만 20만 명이 참가했다. 11월 12일에는 1백만 명(서울)이 참가했다.

1백만 명이 참가한 12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의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모두가 박근혜의 악행에 들고 일어서는 이때, 노동자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능하면 파업이 결합되면 좋겠다.

박근혜와 그 세력의 분열이 극에 달한 상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용자에 맞서 싸우기에도 좋은 때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주들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해 왔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1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음에도 노동개악, 국정 교과서,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 철거와 세월호 인양 연기 등 온갖 개악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근혜라는 국민 대중의 증오를 받는 악한 한 명을 제거하는 것이 이 운동의 유일한 목표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합류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결합시킨 투쟁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11월 2일 열린 민주노총 비상시국회의에서도 민주노총의 파업이 필요하다는 공감과 촉구들이 상당했는데, 그때 지도부가 바로 파업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11월 11일 민주노총 중집은 11월 중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이 공문구가
돼서는 안 된다. 전교조 중집은 민주노총 총파업에 연가(조퇴) 투쟁으로 동참하겠다고 이미 결정
한 상태다.

노동운동의 좌파 활동가들은 지도부가 진지하게 파업을 선언하고 조직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도부가 파업을 결정하면, 그것을 이용해 기층 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하도록 활동
을 적극 벌여 나가야 한다.

박근혜 위기의 구조적 모순

이런 사태 전개의 표면적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박근혜는 10월 25일 첫 기자회견에서 최순실과 연관 있음을 시인했다. 그때는 대통령 임기 초기 홍보와 관련한 내용만 상의했음을 언급했지만, 사실은 국정 전반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최근까지 최순실이 관여했음이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비선 실세들이 농단을 부린 것이다.

최순실이 주도하는 비선 실세 모임이 박근혜에게 가는 보고 자료에 일일이 관여했음이 폭로됐다. 최순실에게 고위 관료 인사 청탁을 하고, 재벌들은 최순실이 주도한 사업에 수백억 원을 갖다 바쳤다.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의 비리를 보면 최순실을 고리로 연결돼 있는 박근혜 정부의 부패한 정경유착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해 보름 만에 8백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걷어 두 재단에 줬다. 삼성이 회장사로 있는 대한승마협회는 마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소속사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재벌이 일방으로 ‘삥’을 뜯긴 게 아니다. 보험성·대가성·유착성이 있는 정경유착이다. 재벌들은 두 재단에 돈을 주고 그 대가로 노동개악,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와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각종 정부 사업에서의 특혜 등을 챙겼다.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다.

대학도 박근혜 정부의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화여대는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특혜에 대한 대가로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을 싹쓸이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그중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해 점거 농성과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저지했다. 뒤이어 정유라의 부정 입학 등이 터지면서 마침내 최경희 총장을 사퇴시켰다. 지금 이화여대 학생들 중에는 정유라 입학 취소와 비리 처벌,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위한 투쟁과 박근혜 퇴진 투쟁을 결합시켜 싸우려는 흐름이 존재한다.

정권의 비밀스런 추문이 터져나오고 부패 폭로가 순식간에 박근혜를 정조준하고 있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국정원 대선 개입 등으로 탄생부터 정통성이 없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패는 박근혜 정부에게 붙박이장 같은 것이었다.

미르 재단과 최순실 문제를 세상에 터트린 것이 조선일보와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구조조정 등으로 지배계급의 분열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진 구조적 모순 중 하나가 악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7퍼센트로 예측했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생산 중단, 현대차와 화물연대·철도 파업, 한진해운의 부도와 대우조선해양의 부도 위기 등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배계급 내에서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문제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내년 상반
기까지 조선업 빅3에서만 정규직 1만 명,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5만~6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구조적 모순은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갈등 고조라는 지정학적 요인이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해 동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갈등 고조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승부수가 아니라 위험한 모험이 될 공산이 크다.

노동자들을 비롯한 차별받는 대중의 저항도 박근혜 정부의 구조적 모순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노동자들은 핵심 저항군이었다. 조직 노동자들은 모질게 공격받았지만 끈질지게 저항했다. 전교조도 법외노조 공격을 당했지만, 굴복하지 않고 저항해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 같은 거리 운동도 있었다.

총선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참패한 뒤 조금씩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이 하반기에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교조도 5월 교사대회에 7천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9월 하순부터 파업 등으로 투쟁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과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도입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공공부문 부채를 감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이 9월 하반기부터 시작돼 철도 파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2017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벌떡교사들” 41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