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전교조 조합원들도 더 많이 참가하자

11월 26일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 행동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190만 명으로 늘어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4% 지지밖에 못 받는 박근혜가 1백만이 넘는 퇴진 촛불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고 검찰 수사조차 받지 않겠다 버티고 있자, 성난 민심의 파도가 청와대를 에워쌌다.

그러나 그 밑바탕엔 강력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촛불 집회 발언 중 가난해서 서른 살 넘어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는 청년이 정유라를 보며 억울해 눈물이 나더라고 말하다가 진짜 울어버리는 장면은 가슴 찡하게 만들었다.

전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이 세월호 참사 당일 ‘웃음 브리핑’을 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사람들은 사드, 위안부 문제처럼 제국주의 강대국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모욕한 사건들에도 관심이 많다. 기업 특혜 정책에 대한 불만도 많다. 검찰 공소장에서는 재벌이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재벌은 부패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공동정범이다. 이렇듯,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보고자 하는 다양한 투쟁과 캠페인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맞서 가장 선두에서 싸워 왔던 조직 노동운동에 대한 지지와 기대도 꽤 크다.(임금과 고용 조건 악화를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의 노동개악은 경제활동인구에서 7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임금 노동자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직 노동자들은 퇴진 운동에서 환영받는 존재다. 연단에서도, 행진에서도 그렇다.

조직 노동자들은 11월 2일 1백50만 시위에서도 청와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는 행진을 이끌었다. 민주노총의 11월 30일 파업도 관심과 지지의 대상이었다. 11월 26일 집회에서 공무원과 교사가 민주노총 파업에 참가하겠다고 발언할 때마다 진심 어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철도 노동자들이 야3당의 철도 파업 종료 종용(철도노조 위원장도 야당의 제안에 사실상 동의했다)을 두 차례나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운동에 큰 힘이 됐다.

11월 26일 촛불 시위 다음 날 검찰은 차은택 공소 내용에 또다시 박근혜를 ‘공모’ 관계 피의자로 명시했다. 한국 역사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이날 집회를 동력 삼아 야당들은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거리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야당이 이 문제를 국회로 가져가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야3당과 비박계가 국회에서 ‘탄핵 연대’를 맺으려 하자, 친박 핵심들이 ‘명예 퇴진’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균열을 꾀했다. 11월 29일 박근혜의 3차 대국민담화도 ‘탄핵 연대’를 흔들며 버티기를 하려는 꼼수였다. 물론 ‘즉각 퇴진’ 아닌 꼼수로 성난 대중을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탄핵의 문제점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아직 검찰 수사를 받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물러나길 거부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조선업 구조조정,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박근혜 정부의 뻔뻔함과 강경함에 한 주 만에 수십만 명의 촛불 시위자들이 늘 만큼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갑갑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박근혜를 국정에서 손 떼게 하는 방법은 국회가 주도하는 ‘탄핵’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박근혜 퇴진 운동과 여론의 중심이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박근혜 폭로를 쏟아 내던 언론 보도들에서 국회 동향 보도의 비중이 커졌다. 운동을 축소시킬 여지가 있는 것이다.

둘째, 새누리당과 같은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탄핵을 하려면 새누리당의 표가 필요하고, 탄핵심판 절차에서 검사 역할을 맡을 국회의 법제사법위원장은 새누리당 권성동이 맡고 있어 탄핵소추안 자체를 새누리당과 협상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혐의는 ‘측근 비리’나, ‘권한 남용’ 등으로 축소될 수 있다. 그동안 박근혜와 함께 노동개악을 추진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난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바탕이 되었던 뉴라이트 교학사 교과서를 확대하려 했던 김무성 같은 작자들이 탄핵을 주도하는 것은 몹시 얄궂다. 박근혜는 탄핵시키는데, 박근혜 정책은 이어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따라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누리당이 탄핵의 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구걸하지 말라고 주류 야당들에게 요구한 것은 옳다. 그러나 심상정 대표가 야 3당이 공조해 국회 탄핵 절차로 가기로 합의한 것에 이미 이런 문제들의 씨앗이 있었다는 점도 봐야 한다.

셋째, 국회가 주도한 탄핵으로 퇴진 요구를 수납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탄핵소추가 가결될 경우 박근혜의 권한이 정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탄핵심판 절차 진행 중 박근혜가 임기 중 내려오거나, 박근혜가 추진했던 개악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된 후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텐데, 탄핵은 정치적 사안이지만 실제 탄핵 절차는 형식적 법 위반을 따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헌법재판소 구성은 매우 보수적이다. 최근에만 해도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진보당 해산, 동성애 차별 군형법 합헌, 낙태 처벌 합헌, 몇 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물대포 직사 합헌 등 쓰레기 같은 판결의 본산지였다. 이들은 아마 검찰, 특검 수사에 불철저함을 트집 잡아 시간을 끌 것이고, 최악의 경우 심판 절차를 중지시키고 재판을 지켜보자고 할 수 있다. 박근혜가 대면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재판 시간도 마냥 길어질 수 있다. 결국 이 상황을 막을 수 있고, 정부와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일 수밖에 없다. 탄핵 이후도 문제다. 탄핵이 되면 박근혜의 권한 대행자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끌 것이다. 황교안은 박근혜와 대비되어 나쁜 정책들을 더 자유롭게 추진하고, 자칫 공안 탄압 역습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런데 야당도 황교안 권한 대행 체제로 박근혜 임기가 길어지고, 반박근혜 반감이 유지되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거라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더민주당은 운동 초기에 박근혜 중도 퇴진을 반대한 바 있다. 그래서 무책임한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는 단순히 대통령직을 대행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착취와 억압을 강화했던 온갖 개악을 중단, 철회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주류 야당들에게서 그런 전망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야당도 박근혜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운동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운동조차도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만큼의 성장만 원한다. 자신들의 정국 주도를 위한 부속물로서 운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회 주도의 탄핵은 위험한 도박이다. 물론 지배자들 사이에서 박근혜를 퇴진시키자는 결론을 맺어 중도 퇴진시킬 수 있다 해도, 이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되지 못할 것이다. 야당에 운동의 주도권이 넘어가면 박근혜의 온갖 못된 짓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되돌려질 것이다. 가령,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나 교원노조법 개정 등은 박근혜 퇴진이 좀 더 수월한 길을 열어 줄 수 있지만 자동적이지는 않다.

특히, 시장지향의 경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노동력 착취와 관련된 이슈들은 대부분 손도 대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철도파업을 종료하라고 종용하는 야당들을 보라! 더불어 한미일 제국주의적 외교 조처들도 겉치레에 불과한 손질만 한 채 본질적으로 건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국회 탄핵 공조에 합류한 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계급투쟁으로 심화시켜야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다른 사회집단들은 박근혜의 퇴진이 단지 국가기구 최상층 몇몇 인물만 교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폭넓은 개악 철회를 수반하도록 박근혜 퇴진과 더불어 자신들의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때문에 이 운동은 훨씬 더 넓은 계급투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국가기관 상층의 일부만 교체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물론 박근혜가 즉각 퇴진 또는 탄핵으로 물러나는 것만 해도 그 자체가 진보적인 일이다. 모두 대중 항의 운동의 효과이다. 하지만 진보가 그 이상의 진보를 만드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박근혜 즉각 퇴진도 쉽지 않지만, 우리는 상층부만 보지 말아야 한다. 결국 촛불 시위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더욱 강화되는 착취와 억압에서 맞서고자 운동에 참여하는 것 아닌가? 본질을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의 운동을 국회에 가두어 둘 필요가 없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주류 야당들의 무책임성을 비판하고, 국회 논의와 무관하게 계속 ‘즉각 퇴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벌떡교사들” 4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