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파업: 교육청 예산 대폭 느는데도 비정규직 임금은 못 올린다?

서지애(초등학교 교사, 전교조 조합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3.7퍼센트 찬성으로 10월 20일 민주노총 파업에 나선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역대 최대의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차별을 키우고,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는 정부와 교육감들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급식실 인원 충원, 돌봄전담사 8시간 전일제화, 교육 복지 강화를 요구한다.

10월 12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파업 선포 기자회견 ⓒ출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 예산은 역대 최대로 늘어났지만, 학교비정규직의 내년 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악이다.

교육 당국은 최저임금 인상률(1.5퍼센트)이나 공무원 임금 인상률(1.4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안을 내놨다. 근속수당이나 명절 휴가비 등도 인상하지 않으려 한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교육 당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해당하는 방학 중 비근무자에 대한 생계 대책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반면 올해 각 시도교육청에 지급된 추경 예산만 해도 6조 원 이상이 되고, 내년 지방교육교부금은 11조 원 이상 늘어난다. 올해 예산보다 20퍼센트가 인상된 것으로 역대 최대이다. 그런데도 전체 학교 노동자의 40퍼센트 이상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쓸 돈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코로나19 방역 조처 등으로 더욱 악화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 학생들의 학습 결손, 심리정서적 문제 등이 커지고 있지만,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육복지사가 배치된 학교는 14퍼센트에 불과하다. 더구나 교육복지 담당 인력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고, 통일된 임금체계조차 없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2~3배나 많은 1인당 식수 인원을 감당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방역 업무와 시차 배식 등으로 노동강도가 더욱 세졌다. 이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온갖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열악한 급식실 환경 때문에 노동자들의 폐암 유병률이 국가 암 통계의 24.8배에 이른다. ‘죽음의 급식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직업암 전수조사와 환기시설 전면 교체, 급식실 인력 충원을 요구한다.

한편,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학교가 멈출 때에도 계속 돌봄을 제공해 온 돌봄전담사의 83퍼센트가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이 때문에 돌봄전담사들은 짧은 근무시간 동안 돌봄뿐 아니라 돌봄교실 정리, 행정 업무까지 해야 하는 ‘압축 노동’에 시달리고, 수당도 받지 못하는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퇴근 시간에 맞춰 돌봄교실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하는 온종일 돌봄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위한 재정 지원에는 인색하다.

말로는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노동시간 연장’과 ‘교사들의 돌봄 업무 해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늘어난 돌봄교실을 돌봄전담사의 유연 근무로 메우려는 것이다. 내년 예산이 대폭 늘어났지만, 교육청들은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화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교육을 책임져 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꼭 필요한 일이다. 교육 예산이 크게 늘어난 만큼, 정부와 교육청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인력 충원에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10월 20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 노동자연대 389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