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자주성 침해, 투쟁 위축 시도: 규약 ‘개악’ 명령을 거부하자

최근 고용노동부가 전교조 신임 지도부에게 규약을 ‘시정’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해고자가 선출직에 포함된 것도 문제 삼으면서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노동부가 전교조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전교조에 규약 ‘개악’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2010년 8월 대의원대회는 옳게도 정부의 규약‘개악’ 압박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탄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조합일각에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일제고사, 시국선언, 진보정당 후원 등 매우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된 조합원을 노조가 지켜주지 못하면,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감소할 것이다.

그리 되면, 학교혁신-혁신학교 운동, 학급당 학생 수 20명으로 감축·교원 확충, 불필요한 행정 업무 폐지·교육 행정 인력 확충, 교무회의 의결 등 학교 자치 확대, 일제고사·성과급·교원평가 폐지,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전교조의 “교육 위기 극복 운동”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다.

“교육 위기 극복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노조 자주성 공격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후퇴는 안 된다

규약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전교조가 많은 탄압을 받으면서 조합이 현저히 약화됐으므로 해고자를 무리하게 안고 가면 노조가 와해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졌기 때문에 규약시정 명령을 거부하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것이고, 법외노조가 되면 조합이 와해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노조의 합법성 유지를 위해 규약을 바꾸자는 것이다.

물론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탄압이 강화될 경우 전교조가 큰 시련에 처할 수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 운동과 진보 정치 운동의 상태도 분열 때문에 썩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탄압에 실용주의적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닐 뿐더러 도리어 위험하다. 조직 보존을 앞세워 해야만하는 투쟁을 회피하면 자주적 결사체로서 노조의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전래 동화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던 호랑이에게 떡 하나씩 주다 결국 목숨을 잃은 떡장수 할멈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전국공무원노조의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2010년 전국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국가 탄압 위협 앞에서 해고자 조합원 자격 규약을 개정했지만 이조차 합법성 쟁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해고 조합원의 실질적 활동을 문제 삼아 전국공무원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더욱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조건이 꼭 같지도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교조가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더 강성우파 정부이지만,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의 힘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강성 우파 정부도 얼마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인사 위기로 박근혜는 취임하기도 전에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규약시정 명령을 앞세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돌리려 한다면 박근혜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받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가 심화하면 노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고, 이런 공격의 일부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돌리는 시도를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계급 세력 균형을 오른쪽으로 기울게 하려는 공격의 일부이므로 단호하게 맞서서 방어 운동을 광범하게 건설해야 전교조는 물론 노동운동 전체를 지켜낼 수 있다.

따라서 실용주의적 양보가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후퇴할 방법을 먼저 찾아선 안 된다.

전교조 지도부는 노동부의 규약 ‘개악’ 압박을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부의 규약 ‘개악’ 명령에 대한 우리의 거부 입장을 분명히해야 총력 투쟁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다. 무엇을 위한 총력 투쟁인지를 분명히하지 않는다면 알맹이가 없는 총력 투쟁이 될 수 있다. 또, 정부의 ‘개악’ 명령을 거부할지 말지가 불분명하다면 어떻게 총력 투쟁을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2월 23일 대의원대회에서 노동부의 규약 ‘개악’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는입장이 결정돼야 한다.


* “벌떡교사들” 1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