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운동 건설하기

“꼭 한 가지 당부할 말이 있어요. 벌떡 교사가 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초대 전교조 위원장이셨던 윤영규 선생님이 1994년 복직을 앞둔 우리에게 하셨던 말씀이다. 그러나 그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몸으로 깨닫기에는 한참이 걸렸다.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현장에서 무언가라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길 때는 윤영규 선생님의 말씀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치기 어리고 어설픈 행동을 함으로써 조합원이 아닌 동료 교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회식 뒤풀이에서 술기운을 빌어 상처 입었던 마음을 털어놓는 동료 교사와 붙들고 함께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분회원들이 몸담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무언가라도 이루어가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분회원들만이 아닌 동료 교사 모두의 마음과 힘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을…

그랬다. 어설픈 벌떡 교사는 오히려 상처만 남기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시행착오 속에서 체득했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이루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분회원들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몇 번이라도 분회회의를 열고 의논을 했다.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 일어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각각에 적합한 행동들을 짜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 교사 모두 ―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는 적어도 다수의 마음이라도 ― 모아야 하는 것이기에, 각 분회원이 평소에 친한 동료 교사들에게 뜻을 전하여 여론을 모아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또다시 분회회의에서 공유하면서 가장 적합한 행동의 모양새를 찾아갔다. 수업과 학교 업무에 쫓길 때는 퇴근하여 집에서 서로 전화 통화도 했다. 발표할 의견도 분회원끼리 미리 구상하고 누가 발표할 것인지도 미리 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여론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벌떡 교사로 의견을 발표하면, 분회원만이 아닌 다수 동료 교사들의 동의와 호응 속에 이루고자 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이때 벌떡 교사가 혼자인 경우보다 적어도 둘이라도 되면 더 좋았다. 부드럽고 차근차근하게 의견을 말하고 유머로 마무리하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교무실 분위기를 풀어주어서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의의 진정한 밑바탕은 평소에 동료 교사들과 쌓은 따뜻한 정이었다. 그래서 동료 교사들과는 평소 서로 의견이 달라도 대화로 풀어가고 절대로 다투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과 의견이 상충될 때는 예의는 지키되 부드러운 말투로 단호하게 의견을 주장했다. 그러나 서로의 의견을 절충한 뒤에는 무례한 점이 있었다면 이해해 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그리고 교직원 연수회나 회식 뒤풀이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평소 응어리졌을지도 모를 마음을 서로 풀었다.

똑똑 떨어지는 부드러운 물이 결국에는 딱딱한 바위를 뚫는다는 것을 교직 생활 28년에 접어들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벌떡교사들” 1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