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지난 6월 4일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퍼트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자 하는 기업주들의 바람을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박근혜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자제”시켜 “비정규직·협력 기업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활용”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 한다.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정년 연장과 임금 피크제를 연동시켜 노동 강도 강화, 임금 삭감, 노-노 분열을 야기하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미조직·비정규직들의 처지도 더 후퇴시킬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통과를 기대한다는 ‘사내 하도급법’은 불법 파견을 합법으로 둔갑시켜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 파견의 범죄자 정몽구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5년 간 238만 개의 신규 일자리 중 40%를 시간제로 만들려는 계획을 “정규직” 일자리 대책이라고 우기는 것은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다. 현재 200만 명가량인 시간제 노동자들의 처지는 처참하다. 시간당 단위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53%에 불과하고 4대 보험 보장률은 바닥이다. 월 임금총액도 정규직의 22%밖에 되지 않는다.

 

‘일·가정’ 양립?

임금과 복지에서 정규직과 차별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는 정부의 말도 결코 믿을 수 없다. 공공기관에 차별 대우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수두룩하고, 기업주들은 사내 보유금 수백조 원을 쌓아 두고서도 노동자들에게 떼먹은 통상임금 38조 원을 못 내놓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 장관 방하남은 “임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저질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 계획에 내년부터 국·공립 학교에 ‘시간제 교사’ 채용 계획도 끼원 넣었다. 이것은 이미 시간제와 다양한 비정규직의 백화점이 된 학교의 고용 체계를 더욱 뒤틀 것이다.

‘시간제 교사’ 도입 계획은 박근혜의 공약인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교원정원 확충’을 간편하게 이루려는 꼼수다. 시간제 교원은 행정과 담임 업무 등을 맡기 어려운 여건이므로 정규교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결코 올바른 고용대책이 될 수 없다. 임금 등 노동조건 후퇴 없이 노동시간을 대폭 단축해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야 한다. 한국의 전일제 정규직 노동자들은 OECD 평균(1천7백 시간)보다 무려 일 년에 석 달을 더 일한다.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또, 사회복지를 큰 폭으로 확대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한다. 시간제 공무원·교사 도입이 아니라 정규직 공무원·교사 충원과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대안을 위한 재원은 우리의 세금이 아니라 재벌과 부자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최근 보도를 보면, 한국의 부자들이 해외의 조세도피처로 빼돌린 돈만 해도 8백조 원이 넘는다.

노동자들의 희생이 아니라 부자들의 양보를 압박해야 한다.


벌떡교사들 5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