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탄압, 민주노총 본부 침탈, 김정훈 위원장 구속 시도 … 이것은 박근혜 정권의 “계급 전쟁” 선포다

12월 22일 민주노총은 1995년 창립 이래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박근혜 정권이 철도 파업을 파괴하려고 민주노총 본부에 650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한 것이다. 마치 테러 진압 작전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수색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노총 본부 유리문을 깨부수고 최루액까지 난사하며 14층까지 난입했다. 무자비하게 국가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연대 단체 회원들 138명이 강제 연행됐다.

이 중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이는 경찰의 보복성 대응이다(다행히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박근혜 정권은 ‘공무집행방해’를 김정훈 위원장의 구속 사유로 내세웠지만 경찰력의 불법 침탈에 저항한 것은 정당방위였다.

구속영장 청구의 진정한 사유는 민영화 밀어붙이기에 ‘방해’가 됐다는 점일 것이다. 또 정부는 김정훈 위원장을 표적 삼아 전교조에 대한 보복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10월에 법외노조 협박에도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며 노동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뒤이은 소송에서 법원마저 전교조의 손을 들어 줬다. 노동자들의 무릎을 꿇리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박근혜 정권은 보복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런 정권의 폭력에 분노해, 반나절 만에 김정훈 위원장을 석방하라는 탄원서를 2900여 장이나 모았다.

경찰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며 10시간 이상 폭력 침탈을 했음에도, 그들이 얻은 것은 커피믹스 몇 봉이라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전무했다. 철도노조 간부를 단 한 명도 체포하지 못한 경찰은 조롱거리가 됐고, 박근혜 정권은 “부전여전”이라며 비난거리가 되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 침탈 사건은 1979년 신민 당사에서 YH노조를 짓밟으며 결국 쇠락의 길을 걸었던 박정희를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 정권에 성난 노동자들은 부산·대구·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새누리당사를 항의 방문하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새누리당과 일부 정부 인사조차도 경찰력 투입에 대해 서로 다른 소리를 하고 있을 정도다. 타오르는 철도 민영화 반대 정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니라, 기름을 부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44%대로 대폭 하락했다. 철도 파업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오히려 철도 파업의 대오가 확대·유지될 수 있는 동력이 됐고,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을 확대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실질적 총파업을 기대한다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총 본부 침탈을 계기로 철도 노동자들이 치르던 계급 대리전이 바야흐로 계급 간 정면 대결 국면으로 바뀌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말대로 이번 민주노총 본부 침탈은 “전 노동자와 민주노조에 대한 전쟁 선포”다. 정권이 전쟁을 선포했다면 우리 편도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철도 민영화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은 세계경제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노동자들과 서민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전방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각종 공공 에너지 분야의 민영화, 의료 민영화, 교육 민영화 등 남아 있는 과제들이 있다. 박근혜 정권이 철도 민영화를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무리수를 둬 가며 민주노총 본부를 침탈한 것도 그래서다.

이 전선에서 밀리면 안 그래도 ‘댓통령’이라고 비난받는 이 정권의 위기가 격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권은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다. 실로 이 투쟁의 판돈이 계속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편도 더 단호해져야 한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12월 28일을 민주노총의 총파업, 100만 시민행동의 날”로 선언하며 정권의 심장부에 분노를 보여 주자고 했다.

주5일제가 정착된 노동 현장에서 토요일 파업은 사실상 하루 행동의 날을 뜻한다. 박근혜 정권이 갈수록 초강경 대처를 하는 이때 하루 행동으로 이 정권을 굴복시킬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가진 힘을 온전하게 발휘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노총 총파업이다.

그래서 12월 28일 하루 행동의 날은 연초 총파업으로 연결되는 가교가 돼야 한다.


벌떡교사들 11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