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조 아님” 통보를 철회하라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격에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

총투표에서 69%의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정명령을 거부해 박근혜 정부에게 제대로 한방 날렸고, 11월 13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법률적 위임 없이 시행령만으로 법외노조를 통보한 박근혜 정부의 억지와 부당성을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강조한 법도 무시하고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던 박근혜가 연거푸 물먹은 소식을 들으며,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기뻐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법외노조 취소소송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서 합법성을 유지하게 됐다. 노조전임자 복귀, 노조사무실 보조금 회수, 조합비원천징수 금지, 단체협약 해지 및 단체교섭 중단 등 부당한 행정 조치도 자동으로 정지된다.

 

69% 거부표가 일등 공신

이번 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일등 공신은 단연 압도 다수 전교조 조합원들의 시정명령 거부 결정이었다.

법외노조화 협박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다수조합원들이 해고자 배제를 거부하자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자신감도 고양됐다. 이는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 5만여 명이 참가한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지가 되살아나고 나라 안팎에서 전교조에 대한 연대가 광범하게 확산되는 상황이 사법부에도 적지 않은 압력이 됐을 것이다.

법외노조화 공격으로 전교조를 흔들고 혼란에 빠뜨리려 한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주춤하던 전교조 신규 조합원 가입이 1천여 명으로 늘어나고 사회적 지지도 확산됐다.

국회에서도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재개됐다.

정부와 우파의 당혹스러움을 보니 깨소금 맛이다.

반대로, 전교조의 시정명령 거부 결정 이후 법원 결정에 이르는 일련의 상황 전개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줬다.

곧, 정부나 사용자들의 공격에 회피하거나 순응하지 않고 단호하게 저항할 때 오히려 돌파구가 열린다는 점을 전교조가 보여 준 것이다.

 

정부의 보복을 경계해야

그러나 아직 싸움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법원 결정으로 된통 물먹은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앙갚음에 나설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강성 우파적 성격상 결코 쉽게 물러설 정부가 아니다.

법원 결정이 통보된 바로 그날 검찰은 전교조 대선 개입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그 다음 날인 11월 14일에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총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진영옥 교사가 해임됐다.

2009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게도 탄압의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도 11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를 제출했다. 만에 하나 서울고등법원이 고용노동부의 ‘즉시 항고’를 받아들이면 전교조는 법외노조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 결정을 기쁘게 받아들이더라도 경계심마저 늦춰서는 안 된다.

 

교육 공격에 맞선 저항 준비

한편, 박근혜 정부는 교사들을 통제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는 교육 공격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교육 공격이 전교조 법외노조화 탄압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했다.

박근혜는 교원평가를 개악해 교사 통제와 경쟁을 더 부추기는 것은 물론 자사고 등 특권교육도 강화하려 한다.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를 승인하고 이참에 아예 국어·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 국가주의교육도 강화하려 한다.

교원 업무 경감, 학급당 학생수 OECD 상위 수준으로 감축 같은 대선 공약은 봄날에 내린 눈처럼 증발해 버렸다.

급기야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저질 일자리가 될 뿐인 시간제 교사를 2017년까지 3천6백명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따라서 전교조는 정부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교육 공격에 맞선 저항을 준비해야 한다.

바람직하기로는, 12월 7일 민중대회에 전교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참가를 적극 조직하는 것이다.

12월 7일 민중대회는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폭주에 부글부글 꿇는 노동자들에게 동원 초점이 될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다가올 한판 승부에 잘 대처하려면 평소에 투쟁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다. 평소에 아령도 들지 않다가 시합 날에 당하여 무거운 역기를 들 수 있겠는가.


*벌떡교사들 1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