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무상보육 책임지고 교육복지 예산 늘려라

“걱정입니다. 아이들 돌봄을 도와 주시던 하모니 선생님 인건비가 내년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경기도교육청 공문 보셨어요? 우리 유치원 교구재료비에서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으면 그 분을 고용할 수 없게 됐어요. 하모니 선생님이 안 계시면 현장은 너무 힘들어지는데 교구재료비를 깎게 되면 교육과정 운영도 어려워지고.. .에휴.”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 선생님의 한숨 소리가 높아졌다. 이렇듯 연말이 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교육복지 삭감 공격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박근혜는 자기 공약이었던 고교무상교육, 무상보육 예산을 미편성한데다(초등돌봄 예산 0원, 누리과정 지원 0원), 무상보육 예산을 전액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시절부터 법인세 인하로 유초중등 예산인 지방교육재 정교부금이 대폭 삭감돼 교육청들은 재정파탄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만 9조 3천5백89억원의 법인세를 삭감해 법인세 등 내국세에서 나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15년에 1조 3천4백75억 원이 감소했다.

 

교육재정 삭감의 피해자

이미 시·도교육청은 적자가 심각한 상태다. 2013년 시·도 교육청의 총 채무가 13조 원이 넘었고, 채무 상환 지출에 쓰는 돈도 9천5백3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교육부는 빚을 내서라도(지방채 발행) 누리과정을 편성하라고 교육청에 종용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교육복지 예산 삭감으로 지방교육 재정이 악화하면, 학교운영비 감액, 무상급식 같은 교육복지 축소, 교원 임금 체불 등 교육의 질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나빠질 것이다. 이미 예산 부족으로 말미암아 학교비정규직 처우가 열악해졌고, 교사들의 수당 일부가 미지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대로 계속가면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에 1조 7천억 원의 빚을 져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진보교육감의 핵심 교육 사업인 혁신학교 예산 지원도 크게 줄어 일부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 제한이 풀리기도 했다.

 

부자 증세를 통해 교육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재정적자의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국가재정이 채무로 파탄 지경인데, 진보좌파 진영은 무상파티를 계속하자는 것이냐?”는 경남도지사 홍준표의 말은 지배자들의 생각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책임은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GDP 대비 2.8퍼센트 수준의 감세정책을 도입해 부자들의 세금을 왕창 깎아 준 한편, 노동자 서민의 세금을 대폭 늘렸다. 4대강 사업, ‘자원 외교’ 등에 수십조 원의 세금을 낭비했다.

박근혜 정부도 재정적자를 줄인다며 복지를 삭감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창조 경제에 8조 원을, 방위력 개선 비용으로 11조 원을 쏟아붓고 있다.

교육복지에 드는 돈은 줄이고 기업주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데 드는 돈은 늘리는 게 박근혜 정부다. 그러나 기업주의 이익을 위해 교육복지 재정이 삭감돼서는 안 된다. 부자 감세를 철회할 뿐 아니라, 법인세 등 부자 증세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부자 증세가 아니라 보편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노동자 증세를 받아들여야 부자 증세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세도피처에 숨어 있는 돈이 이미 1천조 원을 넘는다. 이건희는 상속세 한푼 안 내고 4조 5천억 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차명주식으로 보유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 인상 등 서민 증세를 하려 한다.

또한, 보편 증세는 진정한 격차가 계급 간에 존재한다는 점을 가리게 된다.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10대 기업 임원 보수가 3백8퍼센트 증가할 때 노동자 임금은 29퍼센트 증가했다.

고소득 노동자가 세금을 더 내라는 보편 증세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할 수 없어 복지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부자 증세를 통해 교육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오락가락 진보교육감들

애초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 정부 책임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그러다 보수 교육감들이 정부 안을 수용했고, 뒤이어 다수 진보교육감들이 동요하며 누리과정 예산 2~3개월치를 편성하고 말았다.(강원, 경기, 전북 제외) 무상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일관되게 요구하지 않고 정부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교육복지 삭감 의사가 분명했다. 심지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여야 간사와 황우여가 합의한 문제 투성이 누리과정 예산 합의조차 새누리당 지도부는 반대했다. 그제서야 교육감들은 이미 편성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집행을 유보한다고 결정했다. 이 와중에 경기와 강원 교육감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 방침을 포기했다. 진보교육감들의 오락가락과 동요는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진보 교육운동 진영의 교육재정 확충 요구 투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 노동자들과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초등돌봄 예산을 떠안은 만큼 다른 예산을 줄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 되면 학교운영비가 줄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지며 교사들의 연구지원비가 중단되거나 맞춤형 복지 포인트가 삭감될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교육사업비 중 복지사업비를 무려 16.7퍼센트 삭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인건비를 3분의 1이나 깎아 비정규 교사들이 대거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그간 정원 외로 배치됐던 수석 교사와 진로진학 상담 교사를 관련 예산 부족으로 정원 내 배치하기로 하면서 학교마다 교사 1명씩 감축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 나라 교육재정은 만성적 부족에 시달려 왔다. 그 결과 교육복지는 OECD 꼴찌다. 학급당 학생 수도 중학교 기준으로 33.4명인데 OECD 평균에 견줘 10명이나 많다.

따라서 진보교육감들은 중앙 정부 압력에 동요하거나 투항하지 말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대폭 늘리라고 중앙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재정적자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비단 교육복지 예산 삭감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 떠넘기려고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경제 위기에 책임이 없다.

우리는 부자 감세 철회와 부자 증세를 정부에 요구한다. 이를 통해 교육복지를 비롯한 복지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벌떡교사들 2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