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 선거, 박근혜 정부에 제대로 맞장 뜰 투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12월 3∼5일 전교조 지도부 선거와 함께 12월 3∼9일에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도 치러진다.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는 모두 네 팀이 출마했다 — 기호 1번 정용건 후보 조, 기호 2번 한상균 후보 조, 기호 3번 허영구 후보 조, 기호 4번 전재완 후보 조.

민주노총 임원 선거를 민주노총의 과제와 전망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선거에서 특히 주목할 쟁점은 새로 선출될 집행부가 특별히 사악한 박근혜 정부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 11월 23일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논점은 ‘박근혜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였다.

 

한상균 후보 팀, ‘투쟁하는 민주노총 언행일치 지도부’

기호 2번 한상균 후보는 “공무원연금 개악과 공공부문 민영화, 노동기본권 개악 등의 의제를 모아 내년 상반기에 투쟁에 나서고, 간접고용과 사내하청 노동자 10만 대반란을 조직해 박근혜와 물러설 수 없는 전면전을 하겠다.” 하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한상균-이영주-최종진 후보 팀은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조직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투쟁 사령부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한상균 후보 팀은 노동전선,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노동자연대, 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 등 좌파 단체들이 연합한 팀이다. 한상균 후보 조는 투쟁으로 민주노총을 혁신하자고 주장한다. 후보들의 지난 실천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쌍용차노조 지부장으로 정리해고에 맞서 2009년에 77일간 점거파업을 이끌었다.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이명박 정권 당시 서울지하철에서 국민노총 시도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노력했다.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박근혜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에 맞서 규약시정명령 거부를 이끌었다.

한상균 후보 팀은 박근혜의 이간질과 각개 격파 시도에 맞서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현장에서부터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조합원들의 투쟁이 고립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연대를 건설하며 세월호 진상규명 같은 전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이 책임 있게 싸우겠다고 강조한다.

 

전재환 후보 팀, ‘준비된 투쟁’

이 쟁점과 관련해 한상균 후보 팀의 대각점에는 기호 4번 전재환 후보 조가 있다. 전재환 후보 팀은 “준비되지 않은 총파업”에 반대한다. “준비된 투쟁”을 주장하며 투쟁 시기를 2016∼17년 총대선에 맞추자고 한다.

물론 모든 투쟁에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재환 후보 팀이 강조하는 “준비된 투쟁”론의 문제점은 “준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당면 투쟁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무책임한 투쟁 대기론인 것이다.

전재환 후보 팀은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의 주류를 이뤘던 세력들의 연합(중앙파·자주파·국민파) 선본이다. 이 팀은 “준비된 통합 지도부”를 내세우지만 지난 시기에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가 투쟁을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 전재환 후보 자신이 2005∼06년 비정규직 악법이 통과되던 국면에서 금속연맹 위원장,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을 역임했다. 당시 지도부의 일원으로 공동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 전재환 후보 팀은 투쟁 시기를 총·대선에 맞추자고 한다. 투쟁의 핵심 목표를 정권 교체로 잡고 있는 듯이 보인다. 사회적 교섭의 대상이 될 개혁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로 귀결된다.

전재환 후보 팀은 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진보대통합”과 “반신자유주의 반박근혜 범국민전선”을 내놓는다. ‘진보 정치 통합’을 지렛대 삼아 야권연대를 하고 정권교체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총대선 과정에서 당시 민주노총 김영훈 집행부가 야권연대를 전략적으로 추구한 결과 노동조합의 투쟁성이 약해졌다. 그리고 총선 후에 총파업 계획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런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용건 후보 팀, ‘사회연대전략’

기호 1번 정용건 후보 팀은 사회연대전략이 핵심 공약이다.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업주에 먼저 양보하고 이를 통해 지배자들의 양보를 얻어내자는 것이다.

분명 노동자 계급 내부의 격차 줄이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업주에 양보한다 한들 그 혜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정규직 책임론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 줘 노동자들의 단결에 해칠 위험이 있다.

사회연대전략은 근본에서 비관주의적 상황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투쟁을 통해 상향평준화를 이룰 수 없고, 연대 투쟁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말이다. 그러나 이런 비관주의적 현실 인식에 동의할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도록 이끌 전략이 못 된다.

 

허영구 후보 팀,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가 민주노총의 중심이 돼야’

기호 3번 허영구 후보 팀은 좌파노동자회가 낸 팀이다. 좌파노동자회는 처음에 좌파 연합 선본 구성을 함께 논의하다 중도에 하차했다.

좌파 연합을 통한 공동 대응보다는 독자 후보를 출마시켜 민주노총 혁신안에 대한 좌파 노동자회의 주장을 선전하는 데 더 큰 의의를 둔 탓이다.(물론 언제나 좌파 연합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노동자회는 민주노총이 “자본에 포섭”됐고 “어용의 길로 돌아섰”다고 비판한다. 이때 비판 대상은 단지 상층 개혁주의적 지도자들만이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그 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좌파 노동자회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중심이 돼야 신자유주의에 맞서 투쟁할 수 있다고 본다. 자연히 “민주노총 혁신”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은 주인공이 아니다. 좌파노동자회의 혁신 강조에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좌파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직장과 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선을 긋는 것은 사용자 측의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에 말려들어 노동자 투쟁을 약화시킬 뿐이다.

이제 선거 막바지다. 좌파 지도부의 당선이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보다 중요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좌파 지도부의 등장은 현장에서 투사들의 사기를 고무할 수 있다. 그리 되면 노동조합 내 세력관계를 좀 더 왼쪽으로 기울게 만들고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는 데 유리한 지형이

조성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투적 리더십을 주창하는 후보팀이 당선하는 게 사악한 박근혜 정부에 맞서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을 구축하는 데 이로울 것이다.


벌떡교사들 2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