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은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원한다

전교조 지도부 선거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법외노조 저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변성호-박옥주 후보가 50.23%를 득표해 당선했다. 전교조 내 의견그룹인 교찾사 지도부가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법외노조 공격에 맞서 저항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공무원연금 개악과 법외노조 등 박근혜 정부의 계속되는 공격에 맞서 투쟁을 호소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정서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런 좌경화 정서는 전교조 선거에서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선거에서도 한상균-최종진-이영주 후보의 당선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상균 후보 조는 “투쟁하는 민주노총, 언행일치 지도부”, “박근혜에 맞선 2015년 총파업”등을 으뜸 구호로 제시하며 투쟁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대변했다.

이처럼 전교조와 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각별히 사악하고 우익적이며 한국 경제 상황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맞서 투쟁을 호소하고 조직할 전투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를 보여 준다.

 

경제·정치 위기와 노동자 계급 공격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금 개악, 민영화,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과 함께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 정규직 노동자 전반에 대한 공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노동계급에 대한 파상공세를 가하는 이유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은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유로존의 장기 침체와 더불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 둔화 예상 등 불안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강경 우파인 박근혜 정부의 등장 자체가 경제 위기 시기 불안감에 대한 지배계급의 선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시키라는 사활적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 2년 동안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저항하면서 이 정부가 각별히 사악하다는 것을 깨달아 왔다. 물론 이 저항 과정은 흔히 방어적이고 위축적이었다. 그리고 일부는 승리를 거두기도 했지만(삼성전자서비스 파업, 전교조의 규약시정명령 거부 투쟁), 더 많은 경우는 실패했다(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도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부패 인사 문제, 복지 공약 철회, 서민 증세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약화돼 왔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매우 커졌다.

최근에는 청와대 문건 폭로와 실세 논쟁에서 촉발된 청와대 이전투구로 박근혜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우익 재결속을 위해 진보당을 해산했다. 이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악,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자들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박근혜에 맞선 투쟁 건설

전교조와 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현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설 만큼 충분히 사기가 오른 상태는 아니지만, 투쟁하는 지도부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 줬다.

전교조 새 지도부는 당선 일성으로 “법외노조 탄압, 연금 개악 등에 맞서 노동조합답게 투쟁하라는 조합원의 요구가 당선” 요인이라며, 정부의 연금 개악에 맞서 ‘연가 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도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 기만적 ‘비정규직 종합 대책’ 등에 맞서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전가하고 반민주적 탄압을 자행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격돌은 피할 수 없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는 공약대로 본격적인 투쟁 건설에 착수해야 한다.

특히, 전교조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원칙 있고 일관되게 반대하며 아래로부터의 총력 투쟁을 건설하는 일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전투적인 지도부가 성공하려면 현장에서 전투적인 노동자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전교조 투사들은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벌떡교사들 23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