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약속을 지켜라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박탈은 오래된 적폐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이듬해인 1962년에 교원, 공무원, 공기업 임원, 언론인의 정당 활동 자격을 제한했다.

교육과 행정을 장악하고 정권 비판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대학 교수는 1980년에, 언론인은 1993년에 정치활동이허용됐다.)

4.19혁명 직후에 개정된 1960년 헌법에 포함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제7조)은 이승만 정부에서 공무원을 동원한 조직적 선거 부정을 방지하고 공무원을 집권 여당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집권 이후 정치적 중립 규정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하는 데 악용됐다. ‘정치적 중립’이 ‘정치 활동 금지’가 돼 버린 것이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수준을 보면 그 국가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OECD 가입 국가 중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주요 국가 중 대부분은 정치적 의사 표현은 물론 선거 운동, 정당 활동, 피선거권 등 모든 정치적 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미국이나 일본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한다. 유엔, 국제노동기구, 유인인권위 등 국제협약에서도 모든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단골 무기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정부가 전교조를 탄압할 때 사용하는 단골 무기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징계를 요구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SNS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교사들이 형사 처벌과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은 허구다. 국가 자체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적 중립 의무’는 현실에서 국가(정권)에 대한 무비판적 복종을 의미한다. 일선 공무원에게는 정치활동이 금지된 반면, 대통령, 장관, 도지사, 시장 등 고위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다.

한편, 국가는 교육을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면서,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미명하에 이데올로기적 저항을 차단하기도 한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부정당한 교사가 어찌 민주시민을 제대로 길러낼 것인가?

문재인은 후보 시절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약속드립니다.”(공노총 출범식) ‘사회적 교육위원회’가 제안한 교육의제에 대한 답변서에서도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 표현의 자유, 장당 가입과 활동의 자유, 피선거권 보장 등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동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우파 언론은 공무원의 정치 활동 자유가 “위헌·위법”, “시기상조”라며 크게 반발했다. 그런 만큼 정치기본권 쟁취로 가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18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공약을 이행하라.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는 구시 대의 적폐는 이제 청산되어야 한다.”(전교조 기자회견 중에서) 이를 위해 교사들 스스로 투쟁을 해야 한다.


벌떡굣들 46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