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노동 관련 사안들에서 머뭇거린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김현옥 <벌떡교사들> 편집인에게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들에 대해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가 높습니다. 그러나 한편 막상 전교조의 처지나 현장의 조건 등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우려도 공존하는 듯합니다.

국정교과서 폐지,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 조처, 탈원전 정책,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등 즉각적인 개혁 조치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과 국민들이 감동 받고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전교조에서 환영 성명을 내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국민적 지지가 높은 사안에만 개혁 조처가 멈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노동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나 공무원노조 설립 인정 등은 시행령 폐지와 같은 절차도 필요 없이 행정부의 직권으로 할 수 있으면서도 매우 의미 있는 개혁 조처들인데 머뭇거리고 있으니까요.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삶의 문제와 노동기본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이명박근혜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성찰하며 가겠다고 밝혔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을 따랐던 노무현 정부를 뛰어넘으려면 노동의 문제를 정공법으로 풀어야 합니다. 아직 평가하기는 이른 시기라고 생각해요. 다만 노무현을 뛰어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도록 전교조도 전교조의 길을 뚜벅뚜벅 가야겠고요.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법외노조 문제 관련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한다고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를 사실상 회피하고 있는 듯한데 어떻습니까?

촛불 운동 덕분에 당선한 정부이고 스스로도 촛불 정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적폐 중의 적폐인 법외노조를 즉각 철회하지 않고 사법기관에 떠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대선 직후 김승환 전북 교육감도 당장 법외노조 통보 철회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촛불 운동 10대 과제 중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두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나 국제기구의 수많은 권고, 국제사회에 한 약속 등을 보면 이건 미뤄서는 안 되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입니다. “대법원 판결을 보겠다” “ILO 협약 비준 동의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정공법을 피하고 우회로를 가겠다는 것인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지요. 법외노조 통보 철회는 모든 교육개혁의 선행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를 늦추는 것은 참교육 발목잡기입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우리 사회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반드시 전교조와 함께해야 합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적폐청산 과제를 시원하게 해결하고 교육 개혁을 힘차게 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교사들의 교육 적폐 청산 1순위인 교원성과급과 교원평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전교조의 대응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문재인 정부가 성과급 관련 폐지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첫째,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잖아요. 교사공무원의 성과급제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죠. 교원업적평가의 경우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는 맥락에서 만들어진 제도라 성과연봉제 폐지처럼 교원성과급도 폐지되어야 하고 그렇게 정부에 요구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교육 주체 모두가 반대하는 제도라는 것이죠. 교사들 전체가 반대합니다. 전교조는 물론 교총까지도 반대하고 있고, 시도교육감들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하고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전교조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단기 과제로 성과급을 폐지하고 수당화, 본봉화하라고 요구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교사의 성과급이 성과연봉제 문제와 같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않아서 같은 맥락임을 설명했습니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요구해서 반드시 폐지시킬 것입니다.

교원평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입시경쟁체제를 폐지시키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으니,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제도 폐지뿐 아니라 교사 간 협력을 해치는 경쟁제도인 성과급과 교원평가도 폐지해야 합니다. 다만, 정부는 학부모들의 반발을 우려할 텐데 이 부분도 함께 고민해서 풀어가야 합니다.

성과급-교원평가 문제는 승진과 인사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핵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교원평가뿐 아니라 근무평정도 폐지하라고 중장기적 과제로 제출한 상황입니다. 교사를 평가하는 모든 제도를 폐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학교 성공 사례처럼, 학교 관리자가 모든 권한을 가지면서 교사들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서 학교의 모든 사항을 민주적으로 함께 논의, 결정하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학부모회-학생회-교직원회를 법제화시키고 권한을 명확히 하여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교장승진제도가 교장선출보직제로 가서 승진제도 자체가 필요 없어지고, 점수 주는 근평, 교평, 성과급 제도들이 폐지되는 과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죠. 중장기적으로 학교 문화를 바꾸는 과정과 평가제도를 바꾸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공론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가 시급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고, 한편, 자사고, 외고가 집중된 서울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공을 교육부에 떠넘겼습니다. 특권학교 폐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특권학교 폐지 의지는 있는데 폐지 추진 과정을 충분히 조직하지 못하고 선언적으로 했다고 봐요. 재지정 평가에서 커트라인을 60점으로 낮추고, 평가기준이 이미 공유되어서 학교마다 재지정 평가에 대한 대비를 하도록 한 상황에서 점수가 미달하는 학교가 있을 수 없지요. 그럴 경우 재지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거에요. 그러므로 이번에 확실히 폐지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폐지하겠다고 선언을 했다가 재지정을 하는 모양새는 이후 특권학교를 폐지하는데 오히려어려운 여건을 조성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특권학교 폐지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폐지를 통해 추진해야 합니다. 특권학교가 몰려있는 서울, 경기 교육감 의지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특권학교가 돈과 권력이 있는 아이들에게만 우수학교로 진입하는 통로로 이용되고, 일반고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 지난 5년의 운영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교육부장관이 임명되면 즉각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폐지를 통해서 특권학교를 폐지하고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합니다.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전교조 본부의 투쟁 방향은?

5월 중앙집행위 때만 해도 국정화 폐지와 같은 즉각적인 개혁 조처처럼 법외노조 철회 통보를 정부가 할 수 있다고 많은 중집위원들이 생각했습니다. 5월 20일경 촛불 10대 과제 중 법외노조 철회가 언론에 떴을 때 청와대가 공식 논의한 적 없다고 하니 기다려 보자 생각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청문회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했으나 한 두 번의 발언을 가지고 법외노조 철회의 적신호이니 조합원에게 알리고 함께 행동하자고 제안해 나갈 시점이라고 판단을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10년,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이고 역사적으로 후퇴한 지점들이 많다 보니 새 정부가 하려고 하는 개혁 조처에 대해 반대급부로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시점에 정부가 즉각 할 수 있는 개혁 조처를 미루는 문제에 대해 바로 분노하거나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죠. 중집도 그러한 문제의식을 수용해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행동에 대해 충분한 과제를 제출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6월 중순 이후에는 정부가 즉각적인 법외노조 철회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투쟁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법외노조 철회가 미뤄지고 있다 함께 해달라고 하는 분회장 문자, 매일 저녁 8시 뉴스모음을 통해서 현 상황의 문제의식을 알려나가고, 법외노조 철회 온라인 서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조합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을 만들어가면서 함께 실천방안을 만들어내는 데는 부족했다고 봅니다. 지금, 장관 임명 시기, 첫 국무회의 시기에 청와대와 교육부, 노동부 장관에서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지도부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내각 구성을 완결해 나가는 지금 시기정부에 우리의 현안을 요구하고 답변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지도부가 앞서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집에서 3천배 투쟁을 상정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행정부의 권한으로 즉각 직권취소 하지 않으면서 한두 달 미뤄지는 것이 아니라 ILO협약 비준, 대법원 판결 등 장기적으로 갈 경우를 대비한 투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즉각 철회 할 수 있도록 투쟁과 교섭을 해 나가면서 중집위원들이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지역별 집회도 조직하려고 합니다. 지역에서 결의대회를 하면 조합원들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고,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여론화시킬 수 있습니다.


“벌떡교사들” 48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