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운동과 전교조의 과제

박근혜가 취임한 지 만 4년이 되는 2월 25일, 박근혜와 우익들의 공세에 맞서 1백만 명이 촛불을 다시 들었다. 교사들은 앞서 박근혜 탄핵, 재벌총수 구속, 특검 연장을 요구하는 시국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전에 전국 교사결의대회를 개최해 법외노조 철회, 온전한 정치활동의 자유 쟁취, 입시경쟁체제 철폐 등을 외쳤다.

퇴진 운동이 지속되는 동안, 비선 실세 최순실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내각에서 실세로 행세한 김기춘, 안종범, 조윤선, 문형표가 구속됐다. 2월 17일 삼성 이재용의 구속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통쾌한 승리감을 안겨 줬다. 이재용이 뇌물죄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에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 가능성도 커졌다.

헌재는 박근혜 탄핵심판 심리의 최종변론일을 2월 27일로 정하고, 박근혜 출석 여부도 26일까지 밝히라고 못박았다. 이정미 헌재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전에 평결을 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넉 달째 이어 온 1천 5백만 명이 참가한 퇴진 운동의 성과다.

물론 그동안 퇴진 운동의 진행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박근혜 일당은 마지막 발악을 하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박근혜는 촛불 운동과 헌법재판소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촛불보다 많다고 관제 데모를 독려했다. 청와대 발 공작 정치의 일환으로 보이는 관제 데모가 헌재와 특검 등을 비난하며 계속됐다. 보수 언론들은 촛불과 관제 데모가 대등한 대결을 하는 듯 프레임 조작을 하고 있다.

2월 22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변론에서 박근혜 측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가 안해 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했다. 헌재 재판관 등에 대한 테러 위협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헌재 판결에 “거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다면 민주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던 박근혜 일당과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은 박근혜가 탄핵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딴소리를 하고 있다. 2월 23일 친박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탄핵 소추와 탄핵심판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헌재 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중 행동

박근혜를 탄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구속까지 시키려면 특검을 연장해야 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의 권한을 쥔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은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국회에서의 특검법 개정도 불발됐다.

민주당이 순순히 국회 처리 무산을 인정하고, 국회의장 정세균이 특검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은 문제였다. 이미 촛불 민심이 즉각 퇴진과 헌재 조기 탄핵, 특검 구속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2월 13일 주류 야당들이 범여권 정당들과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겠다고 합의해 촛불 민심을 배신한 전력이 있다.

주류 야당들은 심각한 경제·안보 위기에 직면해 보수층을 끌어안고자 우클릭 하고 있다. 문재인은 광주 학살 주범인 전두환과 정호용 등을 옹호한 전 특전사령관 전인범을 영입하려고 했고, 최근에는 한미 FTA 협상 주도자인 김현종을 영입했다. 문재인은 ‘더러운 잠’ 논란에 이어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물러섰다.

정세현은 김정은이 김정남을 제거한 것은 권력의 속성이라고 말하며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정적들을 많이 제거했음을 상기시키며 그런 역사가 있는 남한이 북한을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라고 옳게 지적했다.

현재 촛불 운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이다. 노동자들도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고통 전가에 대한 누적된 반감으로 정권교체 열망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은 벌써부터 노동자 민중들의 열망에 부응하기보다 부자 몸조심을 하듯 대중의 변화 기대감을 낮추려고 한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과 그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주류 야당의 선거주의보다 대중 행동을 강화해야 한다.

2월 11일 75만 명의 집회 이후 마침내 이재용이 구속됐다. 같은 날, 헌재가 변론을 2월 24일에 종결(이후 27일로 연장)한다고 밝힘으로써 탄핵 일정이 빨라졌다. 또 같은 날, 쌍용차 파업 강경 진압 책임자인 전 경찰청장 조현오가 뇌물죄로 실형 선고를 받았고, 노조 탄압으로 기소된 유성기업 회장 유시영이 법정 구속됐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채택 연구학교를 신청한 구미 오상고와 경북 항공고가 교사와 학생들의 항의로 방침을 철회했다. 유일하게 남은 경산 문명고에서 지금 우리의 제자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방침 철회를 위한 저항을 하고 있다. 이렇듯 대중 운동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교조의 과제

정권 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지만, 박근혜가 어떻게 물러나느냐도 중요하다. 퇴진 운동에 조직 노동계급이 더 많이 참가해 고유의 요구와 투쟁 방식으로 운동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전교조는 올해 법외노조 철회, 교육혁명 의제화, 교원평가-성과급 폐지를 핵심으로 제기하고 있다.

전교조 일부에서는 교원노조법 2조만이라도 개정해서 우선 재합법화를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은 교원노조법 2조 개정조차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자동으로 전교조 재합법화를 보장해 주지 못할 것이다. 또, 전교조는 2016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교원노조법 전면 개정안(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 노동3권까지 보장하는 안)을 사업 방침으로 정한 바 있다. 그리고 대중 운동의 힘으로 박근혜 탄핵을 목전에 둔 지금, 전교조가 교원노조법 전면 개정안에서 후퇴할 까닭은 없다.

2월 25일 민중총궐기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촛불이 진정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근혜가 탄핵됐다고 투쟁을 끝내서는 안 됩니다. 이제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스스로 외치며 싸우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의 교훈이 그랬습니다. 촛불의 교훈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주체가 돼 투쟁할 때만이 역사의 길을 따라 전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교조도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과 함께 4월 15일 교육주체 결의대회, 5월 27일 전국교사대회 등 투쟁을 적극 건설하자.


“벌떡교사들” 44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