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계획 철회하라 “돈이 아니라 생명이 우선이다”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재정 적자”와 “강성 노조”를 빌미 삼아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려 한다.

이미 1백70여 명의 환자들이 진주의료원에서 반(半)강제로 쫓겨났다. 또, 공무원을 동원해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진주의료원을 나가지 않으면] 기초수급권 혜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파렴치한 협박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밥이냐 병원이냐”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이처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은 “돈 앞에 생명도 없다”는 자본주의의 무자비함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이 ‘재정 적자’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윤이 나지 않을지라도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민간병원 평균 입원비의 67퍼센트를 받고, 저소득층 의료 급여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는 공공병원이 흑자를 낸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지방)정부가 30억 원의 재정 적자를 빌미 삼아 공공병원을 폐업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30억 원을 꺼내 민간병원에 주겠다는 뜻이다. 그조차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나가 죽으란 것과 같다.

이렇듯 진주의료원 폐업은 (지방)정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공공의료 서비스마저 이윤 추구의 기회로 삼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쥐꼬리만큼 제공하던 복지조차 없애겠다는 것이다.

‘민생’과 ‘복지’와 ‘국민통합’을 내걸고 당선한 박근혜 정부는 벌써부터 가면을 벗고 자신의 공약을 주워 담기에 급급하다. 박근혜가 말한 “경제민주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표적인 두 복지 공약(4대 중증질환 100퍼센트 보장,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지급)도 대폭 후퇴해 “사기 공약”이 됐다.

“공공병원 활성화 지역거점 병원 육성” 공약은 취임 하루 만에 홍준표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박근혜는 “도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애매한 말만 했다. 박근혜의 “국민통합”은 가진 자들만의 통합임이 드러나고 있다.

강성 노조

박근혜와 홍준표가 이심전심 통하는 것은 바로 재정 적자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홍준표가 진주의료원노조를 “강성 귀족 노조”라고 공격하지만 정부 각료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공공병원의 재정 적자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앞으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기려 하는지 보여 준다.

안타깝게도 진주의료원노조는 “강성 노조”와는 거리가 멀었고 “귀족 노조”는 더더욱 아니다. 지난 6년간 재정 적자의 책임을 분담하려고 진주의료원노조는 임금 동결에 협조했고, 8개월 넘게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려면 오히려 진주의료원 노조는 진정한 “강성 노조”가 돼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앞으로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존폐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벌써부터 다음 차례는 강원 삼척의료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텐데, 이는 교육 시장화 강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교육부는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기는커녕 공교육을 포기·파괴해 왔다. 연간 학비가 1천만 원이 넘는 “돈 냄새 나는 학교, 돈 많은 사람들의 피난처”로 유명한 자율형사립고와 국제중이 늘어났다. 교원 법정 정원수 폐지, 차등성과급 확대 등의 공격도 거세다.

재정 적자를 빌미로 한 노동자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 강요는 교사 노동자인 나에게도 피부로 느껴진다.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 때문에 적자가 나고 폐업한다는데, 군산의료원은 토요 휴무에도 나와서 일하기 때문에 흑자랍니다. 그러니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밤이나 휴일에 나와서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

얼마 전 학교 관리자가 교무협의회의 토론과 결정을 무시하며 전시성 운동회를 밀어붙이면서 한 말이다.

이처럼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교육을 포함해 다른 공공 영역에 대한 공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의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하는 외침과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외침이 서로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