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벌어지는 배반의 고리를 끊자 -[서평]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교육공동체 벗)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는 《오늘의 교육》에 실린 교사들의 현장 이야기를 묶어 낸 책이다. 지식뿐만 아니라 배려와 협력과 상생을 배워야 하는 공간이 아닌, 무한경쟁과 소외가 일상이 돼 버린 학교의 실상을 현장 교사들의 자조 섞인 말이나 폭로로 그려낸다.

정교사를 꿈꾸며 불안정한 교직 생활을 이어나가는 기간제 교사, 과도한 업무로 깊은 소외를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한 교사, 방과 후 학교 업무로 수업이 아닌 행정 처리가 주 업무가 돼 버린 교사, 일제고사 3연패 달성 실현이라는 압력에 문제풀이·몰아치기 교육을 강요받는 교사, ‘꼴통학교’라는 이름을 버리며 학생도 함께 버린 자율형공립고등학교를 폭로하는 교사, 학생들을 자본과 권력에 일찌감치 순응하게 하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미명 하에 초착취당하는 현실에 공모했다는 자괴감에 빠진 특성화고등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있다.

울분과 격한 공감으로 글을 읽으면서도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할 즈음 저항하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일제고사 거부로 학교에서 쫓겨났으나 투쟁을 통해 현장으로 돌아온 교사,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를 거부하고 교과부 특별 감사를 받았지만 특별 감사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학생·학부모·교사의 신뢰가 더욱 공고해졌음을 확인한 교사, 진보정당 후원으로 법정에서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체제의 부당함을 최후진술문을 통해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주장한 교사의 이야기가 있다.

특히, 용인 흥덕고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거부 관련 글은 최근의 이슈이기에 더욱 집중하며 읽었다. 흥덕고 교사들은 교과부 특별 감사에 함께 항의하기로 결정하고 공강 시간에 돌아가며 감사 장소인 학운위실 앞에서 팻말 시위를 했다. 학생자치회에서는 교과부 감사 과정을 전교생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어 공유하며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흥덕고 교장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거부에 함께하는 교육공동체에 무한한 신뢰와 감사를 전한다.

흥덕고 이야기를 읽으며 교과부가 비록 징계를 할 수 있을지언정 이 싸움으로 교육 주체들이 단결하고 저항하며 얻은 것들을 빼앗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학교에서 싸움을 진행하는 나로 돌아온다.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더는 침묵할 수 없기에 선생님들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 혼자 싸우는 것은 쉬우나 함께할 때 그 의미가 더욱 크기에, 더디지만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고 문제 해결 방법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긴다.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으나 이기지 못하더라도 싸우는 과정에서 경쟁과 통제를 강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학교에 요구하는 말뿐인 공동체, 말뿐인 협력, 말뿐인 창의, 말뿐인 민주를 넘어서는 주춧돌을 남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좀 더 분명한 주장과 실천을 담지는 못했지만 교사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성찰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누군가를 힘겹게 끌어당기는 표지 판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어나보라고 이렇게 포기하지 말고 일어나서 같이 가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배반의 고리를 끊고 함께 “벌떡” 일어서자. 그것이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