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사가 전하는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 연대 경험

초등교사 10년차를 보내고 있는 나는 충북에서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 제천에서 살고 있다. 제천은 구한말 대대적으로 의병을 일으켰던 도시로, 또 의림지로도 유명한 도시다.

현재는 철도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각 반에서 가족이나 친척이 철도에 다니는 사람을 조사해 보면 2~3명은 꼭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철도 가족들이 많이 있는 만큼 제천시민도 철도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국민적 동의가 없으면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과는 달리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하여 제천에서는 전에 만들어진 ‘KTX민영화공동대책위원회’ 모임을 갖고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논의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봇물 터지듯이 나왔고 7월 첫 주부터 월~목요일까지 1인 시위와 시민 홍보전을 하고 금요일에는 촛불 집회를 하기 시작했다.

철도 민영화 반대 촛불 집회에서 민중의례 음악과 동영상 상영을 도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아 참여하면서 교사와 철도 민영화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의문은 촛불 집회의 발언들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보는 동영상을 통해 하나씩 풀려나갔다.

가스노조 지회장의 가스 민영화 반대 발언을 들으며 박근혜 정부가 철도만 민영화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교육·전기·가스·물 등 시민들이 꼭 사용해야 할 공공재를 모두 민영화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KT 해고자의 발언을 들으며 KT 민영화 후 노동자의 수가 반으로 줄어 노동강도가 높아졌고, 10년 동안 과로와 사고 등으로 노동자 2백여 명이 죽고 시민들에게 통신 요금 폭탄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천 공무원노조원의 발언을 들으면서는 정부가 상·하수도도 민영화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철도노조원의 발언을 들으면서는 일본·영국·아르헨티나·칠레 등 철도가 민영화된 나라에서 모두 철도 요금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대형 참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열차 사고로 수십 명이 사망한 참사도 민영화의 폐해를 보여 줬다.

기관사 1인 승무제 도입을 막아내다

철도가 민영화된다면 우리 나라도 이런 일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미 민영화 예비 작업으로 제천에서도 기관사를 1명만 승차하도록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임금이 적게 들어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계산에서다.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는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2인 1조로 기관차에 타도록 돼 있다. 기관사가 당뇨를 앓을 경우 당이 떨어져서 정신을 잃을 수도 있고 혈압으로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와 대책위의 투쟁으로 기관사 1인 승무제 도입을 막아냈지만 이런 시도는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 철도 민영화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써야 할 공공재가 민영화될 경우 우리는 물론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미래에 요금 폭탄, 고용 불안과 해고, 산업재해 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미래를 열어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미래에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가 바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 잡는 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철도 민영화가 교사와 관련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새 적들의 칼은 우리의 목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교묘하고 은밀하게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교사는 철도 노동자들과 당차게 연대해 민영화를 막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