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으로 연막 치고 복지 ‘먹튀’하는 박근혜

요즘 뉴스와 신문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인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8월 28일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에 가해진 압수수색과 ‘5.12 모임’ 녹취록 발표, 9월 4일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 9월 17일 새벽 통합진보당 인사 5명의 자택 압수수색 등 통합진보당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촛불운동은 거의 보도하지 않던 주류 언론들은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서는 마치 국정원의 홍보물인 양 보도에 열을 올렸다. 조중동과 종편은 ‘내란’, ‘총기’, ‘파괴’, ‘살상’ 등의 단어를 연일 사용하며 공포심을 부추겼다.

그러나 몰아치는 탄압이 무색하게도 국정원은 수사 열흘이 넘도록 ‘내란음모’를 입증할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9월 26일 검찰이 이석기 의원 등 4명을 기소하면서 중간발표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보진영의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마녀사냥에 침묵했다. 심지어 정의당은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물론 통합진보당이 사건 직후 말 바꾸기를 거듭 하면서 저들을 속이려다 진보진영을 속이는 우를 범한 것은 문제였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정치 노선을 문제 삼으며 방어를 회피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이런 정치적 비판은 진보진영 내에서 토론과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국가 탄압의 이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온갖 부정부패, 비리의 몸통인 국정원과 박근혜 정권은 통합진보당을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

진보진영은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통합진보당을 방어하며 마녀사냥에 함께 맞서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국가 탄압에 침묵하면 우리 운동의 힘은 약해지고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할 것이다.

통합진보당도 ‘농담’이었다는 등의 군색한 변명을 하기보다 국정원과 검찰의 부풀리기와 왜곡을 비판하면서 사상과 토론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게 좋겠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

이번 마녀사냥의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촛불운동으로 박근혜 정권이 궁지에 몰려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번 촛불운동은 2008년 때처럼 강력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이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정부 내부에서 심각한 분열과 마비가 일어나는 정치적 위기가 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권이 하반기 정국 운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자 시도한 공격으로 봐야 한다. 하반기 박근혜가 밀어붙일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을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기 위한 디딤돌로 삼으려는 것이다.

지금 기초연금·무상보육 후퇴·폐기를 비롯해 철도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전기요금 인상, 공무원 임금 동결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는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이런 개악들에 속도를 내려한다. ‘내란음모’ 카드를 세상에 꺼낸 날, 박근혜가 10대 재벌 총수와의 회동에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마녀사냥의 광기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우파적 협박에 상영 중단됐다. 우파는 ‘학생인권조례도 내란음모와 관련이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또 ‘5.12 모임’에 공무원과 교사도 참석했다고 흘리며 탄압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옹호해야 마땅하다. 사상의 자유는 증오하는 사상의 자유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당신의 사상으로 인해 탄압 받는다면 함께 싸우겠다.”

볼테르의 말은 지금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