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전교조 교사들이 연대해야 할 학교의 ‘주체’


급식과 행정담당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 학교는 어떻게 될까? 과학실험준비, 도서관, 특수교육지원 업무, 감시단속(경비 업무)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
작년 11월 9일, 급식이 중단되고 행정업무 등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유령 취급을 받으며 차별의 설움을 받아 온, 전국 3천5백여 학교 1만 6천여 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학교를 지탱해 온 또 다른 축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20만 명에 이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심각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20년을 일해도 월급이 오르지 않고 8~90만 원의 낮은 임금을 받곤 한다. 해마다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고 무기계약직이라도 학생 수가 줄면 해고된다.
이런 현실에 맞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호봉제,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내걸며 싸워 왔다.
강원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교육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뤄냈고, “학교장이 사용자”라며 내빼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도 단체교섭에 나오도록 만들었다.
이는 그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한 성과다. 새누리당조차 교육감 직접고용을 명시하는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교육공무직화와 호봉제 도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호봉제 전환 예산안을 번번이 부결시켰다. 민주당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들을 성취하려면 학교비정규직 스스로의 투쟁과,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교사·공무원 등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특히, 전국에 6만여 명이 조직돼 있는 전교조 교사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정규직 교사들의 지지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북돋고 교육부·교육청 등 사용자들을 압박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연대 한쪽 바퀴만으로는 자전거를 굴릴 수 없는 법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투쟁은 교사들의 수업 여건 개선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 해마다 사무행정담당 노동자가 바뀌면 교사들은 업무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없다. 또, 비정규직 교사가 늘면 정규직 교사들의 노동조건도 나빠지기 쉽다.
우리 전교조는 그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를 보내며 단결의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량해고에 직면한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투쟁에 대한 전교조 지도부의 입장은 아직 불분명하다.
물론 영전강제도 자체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교사인력을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이 제도를 이용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전강 교사들은 이런 제도적 문제에 아무 책임이 없다. 당장 8월이면 600여 명의 영전강 교사들이 대량해고된다. 영전강 제도 폐지만을 이야기하고 당장 비정규직 교사들이 처한 해고 위협을 외면한다면 운동의 단결과 전진을 가로 막을 것이다.
교사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되면 특권·경쟁 교육을 심화시켜 온 정부 정책에 맞서는 힘을 감소시켜, 결국 정규직 교사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전교조 교사들이 해고 위협에 놓인 비정규직 교사들을 방어하고, 정규직 교사 대폭 확충· 비정규직 교사 정규직화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를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모든 교육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 우리 아이들이 다닐 만한 학교를 만드는 길임을 강조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총파업을 불사한 총력투쟁을 결의하며 6월 22일 3만 조 합원 총 궐기대회를 준 비중이다. 직종별 교육부 앞 집회, 분회총회 등을 이어가며 현장 조합원들의 투지를 모으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이 투쟁에 적극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벌떡교사들 7호에 기고한 글입니다.